6일 오후 서울 율곡로 창경궁 옆 원남고가도로 진입로 주변. 시내버스와 승용차들이 서로 고가 밑으로 머리를 들이미느라 경적소리가 잠시도 끊이지 않았다. 원남고가 철거공사로 운행이 통제되자 혜화동 방면 진행 차량들이 고가 밑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1개 차로로 몰리고 있는 것. 같은 시각 대학로도 이화사거리에서 혜화로터리 방향 좌회전 차량이 꼬리를 물며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서울시가 1일 원남고가 철거공사에 따른 교통통제를 시작하면서 하루종일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다.원남사거리 정체의 여파는 광화문일대, 종로 구간은 물론 도봉·미아로 전구간에도 영향을 미쳐 도심과 동북부 지역 상당부분이 교통마비상태에 빠졌다. 문제는 이 달 중 미아고가 철거와 도봉·미아로 중앙버스차로 공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가뜩이나 교통난에 시달려 온 서울 동북부 지역 주민들은 "청계천 공사도 좋지만 서울시가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통정체 이제 시작일뿐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교통체계 개편계획에 1일 오후10시부터 원남고가 차량통행을 금지시킨 채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Y자형의 원남고가는 광화문에서 혜화동 방면쪽 고가철거에 이어 21일부터는 이화사거리 방향 고가가 철거에 들어가 내달 15일에야 공사가 마무리된다.
강북구 미아7동에서 안국동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김대훈(37)씨는 "평소 50분 소요되던 길이었는데 1시간 반이 더 걸렸다"며 "공사한다는 소식을 전부터 들었지만 이렇게 까지 막힐 줄은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기에 이 달 중 예정된 도봉·미아로의 중앙버스차로 시스템 공사와 미아고가 철거 공사가 시작되면 서울 동북부지역은 '교통패닉'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아고가가 위치한 미아사거리 일대는 동북지역의 관문으로 새벽1,2시까지도 정체가 지속되는 서울의 대표적인 교통지옥 현장. 현재 왕복 6∼8차로의 도봉·미아로가 중앙버스차로 공사와 고가철거로 2∼4개 차로 통제되면 사실상 간선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경기북부를 포함해 18만 명이 도심진입을 위해 한 축 밖에 없는 간선로인 도봉·미아로에 의존하고 있어 파장은 더욱 클 전망이다.
중앙버스차로제 효과는 있나
서울시는 도봉·미아로에 중앙버스차로제가 시행되면 버스 운행시간이 37% 단축되고 운행비용도 30%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중앙버스차로제가 시행되면 나머지 차로는 대부분 2개로 줄어든다. 승용차, 택시, 마을버스, 지선버스들이 줄어든 차로를 헤집고 곡예운행을 해야 한다. 또 좌회전과 U턴이 대폭 줄어들어 주변 지역만 이동하는 주민들은 크게 불편해진다.
도봉·미아로 중앙버스차로가 지하철4호선 노선과 겹쳐 승용차를 줄이려는 취지와 달리 지하철 승객만을 빼앗는 대중교통 수단간 '제로섬(Zero Sum)' 경쟁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 등을 이유로 서울시의회 시의원들과 동북부 해당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도봉·미아로 중앙버스차로제 시범실시 시기 연기 건의안을 시에 제출했다. 또 버스운송조합에서도 간·지선제와 간선버스 입찰제 도입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규제개혁심의위도 지난달 29일 도봉·미아로 중앙버스차로제 도입에 관해 심의했으나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 당분간 심의를 보류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봉구의회 등의 반대의견이 있는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주민 교통불편에 관한 대안을 마련하면 곧바로 규제개혁위를 다시 열어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장재인(42·성북구 석관동)씨는 "시의 계획을 보면 청계천 복원 공사에 따른 교통혼잡을 미리 시민들에게 연습시키기 위해 동북지역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