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와테(岩手)현의회의 프로레슬러 출신 의원인 '더 그레이트 사스케'(33· 무소속)씨가 첫 회의에 복면을 쓴 채로 등원해 화제다.본명이 무라카와 마사노리(村川政德)인 그는 4월 지방선거에서 링네임인 '더 그레이트 사스케'와 복면얼굴의 선거포스터를 사용하며 출마해 최고 득표로 당선됐다. 1991년 프로레슬러 데뷔 이후 줄곧 복면을 착용해온 그는 당선 뒤 복면 등원을 공언했고, 일부 의원들은 "의회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며 반대의견을 표시해왔다.
6일 오전 9시 전원협의회 참석 차 처음 의사당에 들어선 사스케 의원은 "복면을 벗을 생각은 전혀 없다. 복면을 벗으면 '사스케'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복면착용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입장을 고려해 평소와는 달리 코를 드러내고 현의 휘장을 디자인에 반영한 복면을 착용했다. 사스케는 일본 전국시대에 활약했다는 전설적인 닌자(忍者)의 이름.
일본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에 대해 회의장의 질서유지에 협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복면착용을 금지한 규정은 없다. 이와테현의회 회의규칙도 "의원은 의회의 품위를 존중해야 한다"며 "모자 외투 지팡이 우산 등의 착용·휴대를 금지한다"고만 돼있다. 일본에서는 91년 니가타(新潟)시의회에서 남성의원이 청바지차림으로 본회의에 참석해 의회가 규제를 검토했으나 찬반론이 갈려 이 의원은 그뒤로도 계속 청바지차림으로 등원한 적이 있다. 또 같은 해 사회당 소속 여성의원이 베레모를 쓰고 등원해 논란이 벌어졌다가 당측의 설득으로 베레모 등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사스케 의원의 복면 등원에 대해 이와테현의회는 7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선거전에서 그를 지원했던 자유당 의원 22명과 사민당 의원 3명이 복면을 허용할 생각이고, 자민당 15명과 무소속 7명이 불허 입장이어서 허용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의회 사무국도 이미 "복면은 가발과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에 착용하고 등원해도 상관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川純一郞) 총리도 "본인 자유 아니냐"며 사스케를 두둔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스케 의원은 복면이 자신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스케 의원 사무소에는 복면 등원으로 의회의 권위주의를 깨버린 그의 행동을 통쾌하게 받아들이며 응원하는 편지와 이메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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