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제 서울지검장의 '경제 걱정'이 대단하다. 서 지검장은 최근 모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SK그룹 수사와 관련, "그 수사가 국익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하겠다"며 "미래지향적으로 보면 잘한 수사이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익을 해치는 수사는 안되며 국가 정책적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때 그때 상황을 봐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수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서 지검장이 SK를 비롯한 재벌수사에 대해 '신중한 접근론'을 언급한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3월 취임 때도 "국가를 망하게 하는 기소는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SK와 유사한 내용의 사건이 계류 중이었던 삼성, 한화 등 다른 재벌들이 반색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서 지검장의 이 같은 발언이 검찰 최일선 야전사령관으로서는 적절치 않은 언행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젊은 검사는 "지휘관이 돌격 명령을 기다리는 부하에게 '저 고지는 점령해도 별 이득이 없을거야'라고 말한다면 누가 몸을 던져 싸울 마음이 나겠냐"고 서 지검장의 언행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경제에 끼치는 영향 등 수사 파장에 대한 고민은 검찰총장·법무장관 등 상급 간부들 또는 더 나아가 재판부에 맡겨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진용을 갖추고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털어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검찰조직을 위해서도 서 지검장은 일선 검사들에게 '투지'를 북돋우지는 못 할 망정 '사기'를 꺾는 언사는 가급적 자제해야만 할 것이다.
강 훈 사회1부 기자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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