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자연과 생명이다. 이런 점에서 자연 환경과 전통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농촌은 새로운 자원보고이다. 유무형의 문화유산에서부터 깨끗한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지명(地名)에 이르기까지 농촌에서 소중한 자원으로 바꿀 것들이 무궁무진하다.향토지적재산이 최근 들어 부쩍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오징어 하면 울릉도를, 고추장하면 전남 순창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처럼 연관이 있는 지역의 향토지적재산을 상품화하면 피폐한 농촌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보탬이 될 수 있다. 물론 순창 고추장 등 일부는 이미 향토지적재산을 상품화하긴 했다.
그럼에도 향토지적재산에 대한 관심에 비해 상품화는 여전히 더디다. 오히려 일부는 외국자본이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인에 의해 '미스킴 라일락'이라는 상표명으로 미국 등에서 고가의 정원수로 팔리고 있는 나무만 하더라도 원래는 북한산 털개회나무였다. 우리의 향토지적재산이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향토지적재산을 상품화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충남 보령시는 갯벌의 진흙을 활용한 상품을 만들었고 전남 함평군은 나비를 지역 이미지로 형상화한 '나르다' 브랜드를 개발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유럽은 1958년 '리스본협정'을 체결, 지명과 관련한 향토지적재산의 권리를 인정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95년 지역성에 근거한 지리적 표시제를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에 포함시켰다. 향토지적재산권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정부가 '향토지적재산 인증제'(가칭)를 하루빨리 제정하기 바란다. 향토지적재산이라고 해서 모두를 상품화하기는 어렵고 지역적으로 차별화한 것만이 수요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향토지적재산 인증제를 도입하면 지역성과 역사성, 특이성, 산업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유망소재를 선별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열악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농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환경생명산업이라는 귀중한 자산임을 자각하고 지키고 보호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이 홍 규 농업지키기운동본부 간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