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이공계 분야를 선호하는 현상은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때문인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동안 많은 대책이 논의돼 일부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일부에서는 이를 계기로 이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듯 하다. 그러나 시행중인 정책은 근본적인 처방이라기보다 증세를 완화하는 정도의 처방이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과학의 날 기념식에서 이공계를 확실히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비이공계 선호현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원자의 절대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수학생의 이공계 지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이다. 오늘날 우수인력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경쟁력에서 1등과 2등은 경제성장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고, 선진국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원인들을 언급했지만 주요 원인으로는 첫째 낮은 보상소득, 둘째 사회적 지위약화, 셋째 고용불안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수한 인재들이 비이공계 분야 즉 법조인, 의사, 변리사, 회계사 등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선호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문제의 해결은 곧 이러한 원인들을 제거하는 것이라야 한다. 첫째로는 낮은 보상소득을 높여야 한다. 변호사, 의사, 변리사, 회계사 등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이공계분야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가 이들의 자격증을 의무화함으로써 공급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이처럼 통제하는 이유는 일정수준 이상의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을 배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공계도 이에 상응하는 제도 즉 기사, 기술사 등의 자격증제도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격증에 대한 우대를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정부는 이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이공계 분야도 자격증 소지자를 크게 우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지원자들에게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둘째, 사회적 지위의 약화문제다. 미국에서 이공계 분야에 대한 우대는 어떠한가? 대학교수의 연봉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의학분야를 제외하고는 타 분야보다 이공계 교수의 연봉이 훨씬 높으며 문과대학 교수에 비하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대학 교수들의 임금이 동일하다. 결국 이공계 분야 인력의 사회적 지위향상도 소득수준을 높여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과학 기술계의 공직 진출 비율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셋째, 고용불안문제다. 이공계는 '구관이 명관'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새 이론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습득하고 소화해내야 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이공계 분야의 직업수명은 타 분야에 비해서 짧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은 정년이 없다. 이것이 바로 이공계 분야를 타 분야보다 더욱 우대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이다. 비이공계 분야 선호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장학금혜택 확대와 같은 일시적인 통증완화를 위한 신경안정제만이 아니라 외과 수술과 항생제의 투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김 윤 호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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