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르신들을 항상 제 어머님처럼 모시고 싶었어요. 부족한 게 많지만 오늘 하루는 즐겁고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라요."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뜰.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조계사와 함께 마련한 '어머님, 아버님 만수무강하세요' 행사에 참석한 2,500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지완(46·사진)스님의 인사말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001년 4월 서울시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아 대한불교 조계종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는 고령자 취업 알선, 외국어 자원 봉사, 노인 상담 등을 통해 실버 세대의 편안한 노후를 돕고 있다. 지완 스님은 "내 집 같이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을 뿐"이라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979년 출가한 비구니인 지완 스님이 노인복지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6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소쩍새마을 사태' 수습 대책위원을 맡으면서부터. 복지 문제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뼈저리게 느낀 스님은 그 길로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석사 과정에 등록, 98년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2001년 8월 관장에 취임한 지완 스님에게 지난 3년은 잊지 못할 경험의 연속이었다. "노인의 성(性)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죽어도 좋아' 시사회에서 직접 인사말을 한 적이 있어요. 비구니라는 신분때문에 망설임도 있었지만 '종교인이 아니라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으로서 노인들의 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마이크를 잡았죠." 노인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개설,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경비원 학교'도 지완 스님의 자랑이다.
행사장을 찾은 할머니들에게 일일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던 지완 스님은 "속세에서 연을 맺고 아직도 살아계신 팔순 노모 얼굴이 떠오른다"며 "가난과 질병, 고독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을 위해 더욱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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