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인 변호사의 집념이 미국 영주권을 신청한 한국인에게 굳게 닫혀있던 미국 방문길을 열어줬다.미 워싱턴D.C.에서 개업중인 한인 이민전문변호사 전종준(사진)씨는 5일 미 영주권을 신청한 한국인이 영주권 신청을 포기하지 않고도 방문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이날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 정부가 영주권을 신청한 한국인에게 방문 비자 발급을 거부했던 관행을 깨고 지난 달 처음으로 장 모(43·여)씨에게 방문 비자를 내주었다"며 "이로써 20여년 동안 지속돼온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 비자발급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장씨는 1999년 10월 주한 미 대사관에 방문비자를 신청했으나 영주권 신청자라는 이유로 두 차례나 발급을 거부 당했다. 영주권을 신청하지 않은 장씨의 다른 가족 4명에게는 비자가 발급됐다. 전 변호사는 "미 정부는 지난 20여년 동안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한국인에게만 차별적 운영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이 같은 관행으로 영주권 신청자가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영주권 신청을 취소하든지, 영주권 순위가 풀릴 때까지 10∼15년을 기다리는 사실상의 '이산가족'이 돼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주한 미 대사관이 비자 거부 사유로 영주권 신청자는 일반 비자 신청자보다 귀국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높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에 눌러 앉을 예비 불법 체류자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지난해 4월15일 미 영사의 재량권 행사 의무 위반과 국무부의 감독 소홀을 이유로 콜린 파월 장관을 워싱턴 연방지법에 고소했으나 법원은 같은 해 10월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판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 변호사는 한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이유로 위헌소송을 준비하던 중 국무부가 장씨에게 비자를 발급함에 따라 모든 소송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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