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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조각! 웃기는 회화! ?" 展/일상 비틀기… 미술이 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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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조각! 웃기는 회화! ?" 展/일상 비틀기… 미술이 웃기네

입력
2003.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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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개념 미술, 삭막한 현학적 전시 말고 좀 재미있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쉬운 미술 전시회는 없을까. "모든 종류의 예술이 위아래에서 그리고 옆에서 서로 얽혀 길다운 길이란 흔적도 없는 밀림을 이루고 있다"는 어느 미술평론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현대미술은 '이미지를 몇 번이고 감싸고 남을 만큼의 개념과 이를 위한 텍스트' 때문에 일반 관객은 물론 작가 자신들로부터도 소외되고 있다.갤러리 세줄이 열고 있는 '웃기는 조각! 웃기는 회화! ?'(Funny sculpture! Funny Painting! ?)는 예술 본래의 유희적 성격을 보여주는 전시다. 이 화랑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여는 시리즈 기획전이다. 전쟁에, 경기 침체에, 정국 불안에 하루하루가 즐거울 것 없는 우리 일상을 살짝 비틀어 웃음을 준다. 가정의 달에 온 가족이 즐겁게 현대미술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권기수, 김경민, 김민& 최문, 박대규, 송필, 서은애, 정인엽 8명의 30대 국내 작가들이 조각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조형언어로 독창적이고도 친근한 전시공간을 구성한다.

권기수는 고무와 비닐 등 일상적 재료를 사용한 '조우'라는 작품에서 은근히 전쟁 등 인간의 투쟁성을 비판한다.

활짝 웃고 있는 캐릭터 '동그리' 들이 각각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즐겁게 만나고 있다. 그런데 한번만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한쪽은 비행기, 한쪽은 비행기의 모습을 닮은 폭탄을 타고 있다.

독일에서 한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최문은 '모든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허상'이라는 것을 비디오설치 작업으로 보여준다. 그 도구는 깃털로 만든 스크린이다. 환상적으로 보이는 스크린에 'people―flower' 'people―sky'라는 영상이 비쳐지지만, 그 영상이 투사되던 깃털이 순식간에 바람에 흩날리면서 스크린의 이미지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서은애는 관음보살의 얼굴을 작가 자신의 활짝 웃는 얼굴로 대체한 '유일무이 관음보살도' 등 불화나 유명한 옛 그림을 패러디, 인간의 사상과 예술의 권위를 파기하고 틀에 갇힌 사고를 해체하려 한다.

송필의 작업은 정치·사회적 풍자를 담고 있다. 그의 '징검다리'는 바닥에 고깃덩어리 같은 물체들이 줄지어 놓여 있고 그 위를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발자국이 옮겨질 때마다 바람이 들어간 고깃덩어리 는 이리저리 부풀어 몸부림치는 사람의 형상으로 변한다. 사회의 구조적 폭력성에 대한 풍자이다.

안경 속의 눈이 한쪽으로 돌아간 모습을 조각한 '고정관념'과, 변기 위에 올라앉은 잠옷 차림 여인의 모습 '습관' 등 김경민의 작품은 우스꽝스럽고 다양한 표정으로 우리 일상에 미소를 던지게 한다.

작품이 주는 명쾌한 메시지로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면 한 바탕 즐겁게 웃을 수 있지만 역시 웃음 뒤에는 다시 현실에 대한 어떤 반성이 이어진다. 그것이 웃음의 참 의미일 것이다. 6월29일까지. (02)391―9171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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