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있고, 회화는 없다?" 근래 흔히 전시회의 타이틀로 붙는 '회화의 복권' 혹은 '회화의 회복'이란 말은 거꾸로 미술에서 회화의 입지가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천 년 동안 미술의 주된 장르였던 회화가 영상 설치 사진 등에 밀려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갤러리 상이 기획한 '미술은 있고, 회화는 없다' 전은 현란한 시각물의 홍수 속에서 시대에 뒤처진 채 미술의 주인 자리를 내주는 듯한 회화에 대한 믿음을 역설적 전시 제목으로 보여주려 한다. 개관 이후 줄곧 평면 회화에 대한 의욕을 다양한 기획전으로 보여온 이 화랑이 'PPP(Painter Paint Paintings)'라는 이름으로 회화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회화의 위기감을 불식하고 그 존재감을 확인하겠다는 의도에서 계획한 첫 번째 전시다.
출품작은 아직 한번도 개인전을 하지 않은 20대 후반 대학원생부터 19회 작품전을 연 40대 초반 교수까지 12명이 각각 2,3점씩 낸 유화 아크릴화 연필화 수묵화 등 다양한 소재의 서양화와 한국화 30여 점이다.
안성하씨는 유화 물감을 재료로 신세대의 감성에 접근한다. 그의 '담배' 시리즈는 말끔한 캔버스 바탕에 투명한 재떨이, 짓이겨 끈 담배의 형상으로 현대인의 익명적 삶을 반추한다. 정정엽씨는 '흐르는 대지'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검붉은 팥알 그림으로 여성성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평소 평면 회화에 대한 치열한 모색을 해온 작가는 이 작품 제작에만 꼬박 6개월을 쏟았다. 이강화씨는 '생명―흐름'에서 물가의 수양버들을 시원한 선과 색채로 표현, 매체 변화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6월 1일까지 (02)730-003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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