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보면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습니다. 요리 과정까지 생생하게 보여줘 보기만 해도 절로 군침이 돌지요. 하지만 특정 음식점을 지나치게 홍보해준다는 느낌도 듭니다. 소개하는 음식점을 어떻게 선정하는지 궁금합니다. (hjparkb)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늘다 보니 이름 난 '먹자 골목'에 가면 '○○프로 소개'란 간판을 달지 않은 음식점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게 됐습니다. 하지만 음식 취향만큼 주관적인 것이 또 있을까요. TV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이 "돈 주고 방송 탄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바람에 대판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촬영 과정도 쉽지는 않지만 소개할 맛 집을 선정하기까지 과정이 가장 고달프다"고 입을 모읍니다.
맛집 소개 프로 1편을 제작하는 데 짧게는 2주, 길게는 무려 한 달 가량이 걸리는데 정보 수집 단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우선 제작진이 소개할 음식의 주제를 정한 뒤 후보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내로라하는 미식가나 요리연구가, 주변 사람들의 추천 등을 참고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정보원은 인터넷에 떠도는 입소문이라고 합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이 추천하는 맛집 코너도 있는데, 음식점 주인이 네티즌을 가장(?)해 추천 글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정확한 '감식안'이 필요합니다. MBC '찾아라! 맛있는 TV'(토 오전 11시5분·사진)의 김유식 PD는 "나름의 노하우가 쌓여 문체만 봐도 순수한 추천인지, 홍보성 글인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찾아가 맛을 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음은 섭외. 공짜로 '광고'해 준다는데 마다할 곳이 있을까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답니다. 가만히 있어도 손님이 미어터지는 잘 나가는 음식점이나 주인이 '미디어의 힘'을 영 모르는 '어르신'인 경우 "귀찮다"고 거절해 섭외에 애를 먹기도 합니다.
이처럼 나름대로 엄격한 선정 과정을 거치지만 불특정 다수의 입맛을 다 맞추기는 어려운 법. 신설된 SBS '결정! 맛대맛'(화 오후 7시)의 이창재 PD는 "이런 이유로 '맛있는' 집보다는 독창적인 요리 비법을 지닌 곳을 소개하는데 주력해 여느 프로그램과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방송에야 재료 정도만 소개되고 진짜 '비장의 무기'는 공개되지 않겠지만.
끝으로 여담 한가지. 제작진의 숨은 고충 가운데 하나가 촬영한 음식을 맛보는 것이랍니다. 맛난 음식 '공짜로' 먹는데 웬 고충이냐구요? 조리 과정을 찍는데 2∼3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다 찍고 나면 국물 음식은 졸아있고, 더운 음식은 이미 식어버린 뒤이기 때문이죠. 자꾸 권하는 주인 앞에서 '맛있게' 먹으려면 상당한 연기가 필요하답니다. 그래도 외국과 달리 촬영료나 음식값 지불하지 않고 찍을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해야겠지요.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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