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달이자 어린이날이 끼어 있는 5월이 되면 정부는 어린이 보호·육성과 안전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해 왔다. 올해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81회 어린이날을 맞아 2003년을 '어린이 안전 원년'으로 선포했다. 고건 총리도 이 문제를 국가의 중요 과제로 선정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총리실에는 어린이 안전추진반이 설치돼 법령·제도를 정비하고 안전결함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안전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는 등 부처별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어린이 안전 원년'은 이미 지난해에도 정부기구인 소비자보호원이 선포한 바 있다. 소보원의 활동은 공산품 식의약품 시설물등 안전사고가 잦은 세 가지 분야의 위해환경 개선에 집중돼 있었고,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대책이 부족했다. 정부의 안전 원년 재선포는 모양이 우습기는 하지만, 의미있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협하는 것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교통사고다. 한국은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보행 중 사망률이 70%나 된다. 5,000여곳에 이르는 스쿨 존(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안전만이라도 확보하면 희생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스쿨 존 운영을 개선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안전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나아가 교통사고 예방에 치중해 온 안전대책을 생활 전체로 확장하고 수요자인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제도와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 성폭력은 물론, 사이버 상의 어린이 안전에도 비상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주는 최상의 선물이라고 판단했다면, 원년 선포가 또 하나의 공허한 행정행위가 되지 않게 교육 시설 규제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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