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주민들이 즐겨 찾는 대모산이 교묘한 산림 훼손으로 병들고 있다.강남구 일원동 한솔빌리지에서 불국사로 이어지는 산책로 부근 경작지와 산소 주변에는 상수리나무 오리나무 아까시나무 등 20여 그루의 아름드리 나무가 상처를 입어 말라 죽어가고 있다.
훼손된 나무들은 20∼30년 수종으로 모두 밑동이 뜯기거나 예리한 톱날로 깊게 긁혀 있다. 수맥이 잘린 나무는 신록을 더해가는 주변 나무들과 달리 잎이 맺히지 않고 시꺼멓게 썩어 들어가 만지면 푸석푸석 부서질 정도로 거칠하고 앙상하다. 톱질 자국을 숨기기 위해 비닐과 나뭇가지로 가려놓기까지 했다.
지난달 말 대모산 산림훼손 현장을 처음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고발한 대모산 사랑회 이일우(47·회사원) 회장은 "경작지를 넓히려는 이기심과 산소의 잔디를 보호할 목적으로 한두 그루씩 밤에 몰래 베어버린 것으로 보인다"며 "작은 불법이 계속되면 애써 가꿔온 숲을 망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남구는 자신의 경작지 주변 나무 두 그루를 훼손한 밭 주인(68)을 고발조치하고 산소 주변 산림 훼손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구 관계자는 "경작지 주변과 산소 등 의심지역을 중심으로 일제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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