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하이(靑海)성은 '중국의 물탱크', 또는 '산과 물의 고향'으로 불린다. 중국의 양대 강인 황(黃)하와 양쯔(揚子)강을 비롯해 메콩강이 평균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이곳 칭하이 고원에서 발원한다. 칭하이성의 등줄기인 쿤룬(昆侖)산맥의 평균 해발고도는 5,500m에 이르고 가장 낮은 분지도 1,650m다.칭하이성은 최근 '생물 유전자 창고'란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중국 총 면적의 13분의 1을 차지하는 광대한 땅(72만1,200㎢)에 각종 고원동물과 생물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조류 292종, 포유류 103종, 어류 55종, 양서류와 파충류 16종에다 각종 식물류도 1,000종이 넘는다.
칭하이성은 '지하자원 대성(大省)'이다. 금과 소금, 석유, 천연가스, 석면 등 지금까지 탐사된 자원만 123종에 달한다. 해발 3,195m의 칭하이(靑海·면적 4,573㎢)호는 중국 최대의 소금호수다. 칭하이 고원에 흩어진 소금호수는 모두 33개.
하지만 풍부한 자원은 '중국의 물탱크'로서 칭하이성이 갖고 있는 특수성으로 인해 개발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마구잡이 개발이 초래할 환경파괴는 필연적으로 황하와 양쯔강의 수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칭하이성이 1999년 서부 대개발 시작과 함께 개발과 환경의 조화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특색산업' 육성으로 발전방향을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칭하이성의 특색산업은 수력발전과 석유·천연가스 개발, 소금산업, 관광업 등이다.
칭하이 고원은 높은 낙차와 협곡 덕분에 13개의 대규모 수력발전소를 세울 수 있는 천혜의 지형구조를 갖고 있다. 탐사로 확인된 석유 매장량은 2억2,000만톤, 천연가스는 1,575억㎗에 달한다. 앞으로 칭하이성에서 생산될 전력과 석유·천연가스는 송전선과 파이프라인을 통해 동부연안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에 공헌하게 될 것이다.
칭하이성 성도 시닝(西寧) 시내의 제약회사 진허장야요(金河藏藥)는 환경친화적인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83년 출범한 진허장야오사는 칭하이성과 시장(西藏·티베트) 자치구에 주로 거주하는 장족(藏族)의 전통 요법을 현대화해 각종 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장족의 전통요법을 제약과 접목시킨 업체다.
사용하는 약재는 식물, 동물, 광물 등 700여 종. 특히 식물약재는 3,000m 이상 고원지대에서 채취한다.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은 소화제, 심장병 예방·치료제, 중풍 치료제, 건강보조식품 등 60여종. 연구인력은 22명이지만 연구의뢰 등 대외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보완하고 있다.
아이춰치엔(艾措千·장족) 대표는 "장족은 1,300년 전에 이미 두뇌 외과수술과 백내장 수술, 심장병 수술을 했을 만큼 의술이 뛰어났다"며 전통의술을 자랑했다. 하지만 진허장야오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획득한 제품이 하나도 없을 만큼 제품에 대한 과학적 이론화가 부족하다. 제품 수출이 전무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소비시장으로서 시닝(인구 198만명)은 희망과 조심스러움이 교차한다. 서부대개발 시작과 함께 한국식당 4곳이 이곳에 들어섰지만 곧 문을 닫았다. 하지만 시닝 최대 백화점인 따스쯔(大十字) 백화상점에는 한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브랜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백화점 한 구석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려왔다. LG 드봉 화장품 전시회 광고를 위해 틀어 놓은 이정현의 뮤직 비디오 '바꿔'였다. 드봉 화장품 매장의 뤄샤(駱霞·장족)양은 한국화장품이 이곳에 진출한 지 오래라며 "지명도가 높다"고 말했다.
/시닝=글·사진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PC방 "왕빠"가 정보화 주도
서부 오지 칭하이성에도 정보화 바람이 불고 있다.
시닝시 칭하이 호텔 로비에는 '롄샹그룹이 칭하이의 국세 징수 정보화를 지원한다'는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시닝의 정보화 바람은 '왕빠'로 불리는 PC방에서 먼저 시작된 느낌이다. 시내 시장통에 자리잡은 PC방 '도시 e정거장'에는 몇몇 네티즌이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개업한 지 2년 됐다는 주인 린샤오린(林小林·36)씨는 "PC 15대 등 7만 위안(약 1,120만 원)을 투자해 매달 2,000위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 사용료는 2위안(약 320원). 손님은 거의 젊은이로 머무는 시간은 보통 2시간 정도다. 게임과 토론방 접속, 영화 보기가 주류를 이룬다.
연결망은 초고속통신망(ADSL)을 사용하고 있어 속도면에서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이곳 네티즌들에게도 한국 게임이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게임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즐긴다.
린씨에 따르면 시닝에서 PC방은 6년 전에 처음 생겼고 현재 300여 곳이 영업 중이다. 그는 요즘 PC방 사이에 경쟁이 심해져 빠른 통신망과 좋은 기기를 장치하지 않으면 손님을 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통제가 없으면 장사가 더 잘될 것"이라고 불평했다. 규정상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출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영어 사이트는 물론이고 대만, 홍콩 사이트도 접근이 어렵다. 음란 사이트는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영어 사이트 등은 접근한다 해도 시스템 내부에 기록이 남아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 쑤선 칭하이성 부성장
"서부라고 모든 산업이 낙후된 것은 아니다. 서부의 특색 있는 산업은 동부보다 오히려 선진적이다. 퇴출 산업을 갖고 와서 서부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은 망하기 마련이다." 쑤선(蘇森·56·사진) 칭하이성 부성장은 선진적인 기술과 경영기법을 갖춘 외국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풍부한 암염과 각종 지하자원, 약초, 관광자원 개발과 연관된 투자는 최대한 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쑤 부성장은 중앙 정부가 칭하이성의 환경보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산업정책도 이에 맞춰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에서도 친환경적 산업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사금과 황금 채굴업은 지난해부터 금지했다. 다른 오염 산업과 낙후 산업, 에너지 과소비 산업도 투자 유치 항목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는 칭하이성의 발전 정책은 산업 구조 조정과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부 지역은 지난 20여 년간 동부 연안지역의 경제발전 경험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우리는 동부지역의 고질병 중 하나인 동일 분야 중복 투자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칭하이성 특성에 맞지 않는 자동차, 방직, 담배산업은 아예 육성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특색 산업으로 경쟁할 것이다."
그는 칭하이성은 사기업과 인재 분야가 취약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부 연안지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건상 고급 기술인력을 자체적으로 양성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초·중급 인력만 육성하고 고급인력은 연안지역이나 해외에서 유치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장쑤(江蘇)성 출신으로 중앙 부처에서 근무한 뒤 1998년 칭하이성 부성장이 된 그는 서부 대개발의 목적을 전략적인 차원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서부 대개발은 크게 3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우선 동부와 서부의 경제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서부 현대화 없이 중국의 진정한 현대화는 불가능하다. 둘째, 동부 연안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서부가 자원 개발과 환경 보호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는 서부 지역 경제발전을 통해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정서를 약화하고 서부 변경의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시닝=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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