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강도 높은 대여 이념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빅4'를 형성한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영구 국정원장과 서동만 기조실장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폐지 문제를 비롯한 공세 전략과 강도, 정계개편 문제 등에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이는 향후 한나라당의 공세기조에 변화를 가져올 요인이 될 전망이다.
당내 강경 흐름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사람은 '원조 보수'로 불리는 최병렬(崔秉烈) 의원이다. 그는 2일 기자회견을 자청, "노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의지가 있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의 이념 성향을 단도직입적으로 문제 삼았다. "국정원 폐지, 해외정보처 신설은 하루라도 빨리 관철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최 의원은 또 여권의 정계개편과 관련, "이념과 정책에 따른 개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며, 우리 당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봉합이 안되면 당내 보수파와 개혁파가 갈라 설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에 비해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강재섭(姜在涉), 김덕룡(金德龍) 의원의 입장은 중도적이면서도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
서 대표는 "국정원 인사를 보고 국가존립의 위태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도 "양 극단을 제외한 폭 넓은 중간 세력이 이념 대립을 푸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중도 통합론'을 제시했다. 그는 "당내 갈등도 당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므로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사그라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강 의원은 "이번 인사파동은 대통령이 국회의 권능을 무시한 것이 핵심"이라며 "그러나 국정원 폐지 문제는 차분히 따져봐야 하며, 이를 정치공세 차원에서 밀어붙인다면 노 대통령의 역(逆) 색깔론 공세에 말려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혁구도로의 정계개편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며 "국익과 경제에 도움이 되는 탈 이념적 실용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도 "오기와 독선으로 가득찬 노무현식 인사가 문제이지, 이것을 이념갈등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우리 당이 보수 정당임은 분명하지만 개혁세력을 껴안고 가야 건강한 보수, 개혁적 보수가 된다"며 개혁세력 포용론을 개진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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