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남발과 출혈경쟁으로 막대한 부실을 초래한 카드사들이 다시금 회원 모집경쟁에 불을 당길 조짐이다.특히 선발 대형사들이 연체율을 잡기 위해 내실경영으로 눈을 돌리는 사이 후발 카드사를 중심으로 모집인 빼앗아가기, 고가 경품제공 등 외형확장 경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길거리 모집금지조치와 카드업계 경영부실로 한 때 집단실직 위기까지 몰렸던 카드 모집인들의 '몸값'이 최근 들어 다시 치솟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수요(회원 모집)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서울 강남지점 소속 역삼영업소의 상담사(모집인) 15명 전원이 후발사로 옮겨가자 해당 영업소를 폐쇄했다.
삼성카드 모집인들은 후발사로부터 팀장급은 130만원에서 220만원, 평직원은 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기본수당을 평균 100만원씩 올려주겠다는 조건을 제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삼성카드는 인천지역 모집인 20여명이 또 다른 후발사로 집단 이동하는 등 계속적인 인력유출로 영업망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
이 회사 관계자는 "후발사들이 손쉽게 영업을 하기 위해 막대한 교육비용을 들여 육성해 놓은 전문 모집인들을 얌체처럼 빼앗아가고 있다"며 "관련 회사에 강력 항의하는 한편 금융당국에도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 등에서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며 회원모집에 나서는 회사들도 부쩍 늘어났다.
대형사들은 대부분 철수했지만 후발사일수록 "선발사가 몸을 낮춘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며 대형 유통점마다 데스크를 설치하는 등 회원유치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경기 분당신도시 등지의 백화점에서는 아동용 고급완구나 전자제품을 내걸고 회원모집을 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 같은 경품 마케팅은 사은품 가격을 카드 연회비(통상 1만원)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감독규정을 대부분 위반한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회사 방침과는 달리 모집인들이 자비로 사은품을 주면서 회원유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모집인의 영업행위를 일일이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카드사들이 다시 규정을 위반해가면서 과당 모집경쟁에 나설 경우 엄중 처벌하겠다"며 "새로 유치한 회원이 단시일 내에 연체자가 되면 모집인도 일정부분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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