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송에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가 있다. 비디오 시대가 되면서 라디오 스타들이 힘을 잃는다는 내용의 노래다. 지난 4월로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를 5년째 진행하고 있는 김방희(金芳熙·39)씨는 예외인 것 같다. 아침 8시30분에서 9시 사이 출근길 차 안에서 '손에 잡히는 경제'를 들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올해 초 MBC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같은 시간대 주요 라디오 프로그램 중 '손에 잡히는 경제'는 청취율 3.0%로 SBS(2.0%), KBS(1.8%)의 경쟁 프로그램보다 높았다.'손에 잡히는 경제'를 맡고 있는 강동균 프로듀서(PD)는 "라디오 프로 중 '경제 대중화'라는 차별성을 내세운 것도 주효했지만, 김방희씨의 치우치지 않는 진행과 신뢰성 있는 태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 전문 케이블방송인 YTN의 현덕수 앵커는 "김씨는 차분한 진행으로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경제 프로그램을 편안하게 이끌고 있다"고 평했다.
김씨는 방송인 출신도 아니고, 스스로 방송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김씨는 언론인 출신이고 자칭 '경제인'이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딴 뒤 한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주간지 시사저널 기자로 활약했다. 1990년부터 99년까지의 짧지않은 기자 생활이 김씨의 '밑천'이자 '빽'(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97년말 외환위기가 닥친 뒤 지금까지 '산 경제'는 모른 채 '죽은 경제'만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경제 기자로서 무엇을 했던가라는 생각에 부끄럽고 참담했습니다. 살아 있는 경제도 배우고, 내 이름으로 무언가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99년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김씨는 98년 5월부터 손에 잡히는 경제를 부업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 부업이 그가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변신하는데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씨는 라디오 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장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가에서도 인정 받고 있는 실력파다. MBC는 2000년 외부인인 그에게 MBC방송대상 라디오부문 우수상을 수여했다.
'링'에 오르기 전에 땀 흘려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링'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 그는 "다양한 경제 분야의 전문가들을 스튜디오로 초청하거나 전화로 연결해서 얘기를 듣는 코너가 있는데, 나 자신부터 전문가들로부터 배우려 하고 경청하려고 한다"며 "그런 자세 때문인지 청취자들이 편안하게 느끼면서도 신뢰감을 갖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김씨는 프리랜서로서 특별히 조심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자기 관리'다. "프리랜서는 평판이나 경력을 잘못 관리하면 한 순간에 무너집니다. 영웅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한 인간을 파멸시키기도 하는 힘을 갖고 있는 미디어 업종의 일을 하는 프리랜서는 특히 그렇죠." 그래서 김씨는 상업적인 방송광고(CM과 CF) 요청을 받고도 거절한 적이 있다. 경제평론을 하는 자신의 일과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미국의 경제지 '비즈니스 위크'를 합쳐 놓은 성격의 경제 저널리즘을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글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사진 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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