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이 소년소녀 가장들의 홍보대사로 활동한다는 기사를 보고 한 후배가 투덜거렸다. "아, 걔 비디오 파문 나고 나서 애들 돌본다고 설치더니 또 착한 척하네. 짜증나." 하지만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야, 니가 더 짜증나"라고 쏘아붙였다.일부 연예인이 특정한 행사나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이나 어려운 이웃을 이용한다는 눈총을 받는 일이 가끔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왜 모든 연예인, 특히 과오(?)가 있는 연예인은 그런 계산과 상관 없이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무조건 욕먹을 각오부터 해야 할까. 연예인이 누군가를 도와줬다는 기사를 보며 입을 비쭉거리는 사람들, 문제 연예인이라고 낙인을 찍어 무슨 행동을 하든 욕부터 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도움을 받는 사람들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시죠"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는 목적이니 의도니 이런 것 자체를 따질 여유가 없다. 목적이나 의도가 어떻든 "그렇게라도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할 입장인 것이다. 자선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데다 경기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어떻게든 방송을 타서 한번 조명을 받으면 단돈 몇 만원이라도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연예인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인 동시에 계속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런 곳들 가운데 그나마 규모를 갖추고, 알려진 곳만 가끔씩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더욱 도움이 절실한 영세한 복지 시설이나 개인은 자신의 처지를 알릴 힘조차 없어 외면 받기 십상이다. 아마 이런 분들 입장에서는 마약사건 관련 연예인이든, 스캔들에 휘말린 연예인이든 자신을 도와준 그들보다 팔짱 끼고 서서 그들을 비난하며 "짜증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욱 짜증스러울 것이다.
지금은 철저한 미디어의 시대이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 알려져 국민의 시선을 끌고 있는 사람을 후원하는 경우라면 물론 지극히 상업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후원하는 연예인이 오히려 도움을 받는 사람의 유명세에 편승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연예인들은 소외된 사람을 아무리 조용하게, 남모르게 도우려 해도 결국은 노출되게 마련이다. 그들의 선행이 알려졌을 때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할 연예인인지 아닌지를 가려서 심판대에 올리기 전에, 누굴 도와줬는지를 좀 자세히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행사가 많은 5월이다. 아마도 여기저기에서 연예인들의 자선 활동이나 선행을 알리는 기사를 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5일 열린 '사랑의 어깨동무 대축제' 같은 행사 또한 빈번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사나 행사를 대할 때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예전에 무슨 짓을 저지른 누구누구가 설쳤는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는가이다.
/최수완· 인터넷 소설가 (swany.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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