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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소비 업고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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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소비 업고 살아날까

입력
200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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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후 미국의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기업 투자와 고용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해 여전히 경제 회복의 변수가 되고 있다.미국 경제의 조타수인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경제회복의 속도와 정도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지난해보다 훨씬 두드러진 성장세를 구가할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4월 중순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내놓은 그의 낙관적 전망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그린스펀은 많은 경제 분석가들이 올 하반기에 경제활동이 실질적인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틀림없이 많은 요소들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는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강하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올 1·4분기에 1.6%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의 불확실성과 고유가, 소비자신뢰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전쟁 불확실성은 해소됐고 유가도 배럴당 25달러선(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까지 하락했다.

29일 발표된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컨퍼런스 보드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1.0으로 3월보다 19.6포인트나 올라 12년 만에 최고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향후 6개월간의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61.4에서 84.8로 급등했다. 소비심리의 회복은 소비증가→기업실적 향상→기업투자 회복→고용 증대→소비증가의 선(善)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심리 조사결과가 반드시 소비지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신중론도 만만찮다. 9·11 테러 직후 소비심리가 얼어붙었지만 소비는 크게 줄지 않았던 것이 지표와 행동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때문에 그린스펀은 "향후 경제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얻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당분간 기업부문의 부진이 경제 회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투자부진은 고용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분석가들은 4월 미국의 실업률이 3월 5.8%보다 높은 5.9∼6.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중서부 지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PMA) 지수는 3월 48.4에서 4월 47.6으로 하락,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수 50 이하는 경기 위축을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월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경제가 호전되고 있지만 위험요인이 여전히 많다"면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 2.6%에서 2.5%로 낮췄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3%로 당초 전망과 같았으나, 고정투자 증가율은 2.0%에서 1.4%로 크게 낮춰 전망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와 관련, 향후 수개월 동안 경제가 스스로 회복되지 못할 경우 통화정책 수단을 쓸 여유가 있다고 밝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린스펀은 사스(SARS)가 아시아 국가들의 여행업에는 큰 타격을 주겠지만 아시아 경제 전반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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