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화법은 취임 2개월여 만에 상당히 변했다. 대선후보 시절의 과감하고 직설적인 말투는 신중하고 우회적인 톤으로 바뀌었다. 패널 역시 치열한 추궁에 나서지 않아 토론회는 전체적으로 맥 빠진 분위기였다.이날 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쓴 표현은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안희정씨 문제, 민주당 신당 창당, 호남소외론 등에 대해서 이 말로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언론문제가 나오자 노 대통령은 "조선일보는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공조가 깨지자 어마어마하게 (신문을) 찍어서 무가지로 돌렸다"면서 "당선된 그날부터 나에게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대통령의 언론정책 얘기를 듣고 식은 땀을 흘렸다"는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와는 "신문이 더 이상 국민과 법 위에서 특권을 누려서는 안 된다. 원칙을 지킬 것이기에 식은 땀 안흘려도 된다"라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 '방송편애'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고, 사실 KBS는 대선 당시 오히려 편파적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평소 했던 말을 거듭하며 평이한 톤을 유지했다.
이날 MBC측은 정재욱 한총련 의장을 '깜짝 방청객'으로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정 의장을 알아보지 못했으나 "주간지를 통해 내게 보낸 공개편지를 봤고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가장 말이 많은 분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도 고민을 하며 조절을 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토론에 앞서 패널과 "우리끼리 자화자찬을 하다 보면 보는 사람들이 신경질을 낸다"며 '용비어천가'를 피하고 공세적인 질문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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