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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진보단체 재벌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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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진보단체 재벌 논쟁

입력
200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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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고리도 끊고, 황제경영도 막는다고 치자. 그러나 경제정의 차원에서 재벌을 몰아쳐 결국 경영권을 외국자본에 넘겨준다면, 한국경제는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재벌체제가 한국경제의 유일한 성장엔진임을 인정해야 한다.'이찬근 인천대 교수,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 등 진보적 경제학자들이 지난해 설립한 단체인 '대안연대'가 최근 크레스트증권의 SK(주) 주식매집과 관련, 참여연대식 재벌개혁의 문제점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포스트 재벌(현행 선단식 재벌체제 이후의 대안)' 논쟁이 일고 있다.

대안연대측 주장은 '재벌의 경영투명성은 강화해야겠지만, 현행 피라미드식 체제는 국가발전의 동력'이라는 것. 새로운 사업과 기술개척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데라곤 재벌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이다. 1980년대 재벌해체를 주장했던 진보적 학자그룹이 역설적이게도 재벌 수호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장하준 교수는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 사업 다각화라고 볼 때, 현행 피라미드식 재벌구조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며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는 논리로 국민의 피땀으로 일군 기업을 외국자본에 넘기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주들의 반대로 차세대 이동통신 투자를 포기해야 했던 SK텔레콤 사례를 들며, 참여연대식 '주주자본주의'가 기업의 장기투자, 국민경제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찬근 교수는 "재벌에 대한 은행과 정부의 감시는 강화하되, 현행 지주회사 요건(부채비율 100%, 자회사 지분율 30∼50%)을 더욱 완화해 재벌이 지주회사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대안연대 주장은 70,80년대 정부 개입을 통한 산업정책으로 회귀하자는 얘기"라며 "기업의 투자는 시장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주회사 요건 완화는 왜곡된 재벌체제를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이라고 말했다.

SK(주) 사태와 관련, 재계뿐 아니라 대안연대의 집중 공격을 받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도 "갑자기 국수주의가 좌우에서 판치고 있다"며 대안연대를 정면 공격했다. 장 교수는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참여사회' 5월호에서 "이념적 좌파들이 민족자본론을 내세우기 위해 재벌을 옹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실련 출신 개혁학자 그룹은 참여연대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도 포스트 재벌의 대안으로 '독립경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 위원장은 최근 "재벌체제는 앞으로 영미식 독립경영으로 가야 한다"며 "다만 중간단계로서 지주회사를 상정할 수 있지만, 지주회사도 모든 계열사를 다 끌고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 요건을 완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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