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4개국 정상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별도로 '유럽 다국적군 사령부'를 2004년까지 설치하기로 29일 합의,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들과 마찰이 예상된다.'다국적군 사령부'는 나토가 참여하지 않는 군사작전에 대해 유럽의 군사적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으로, 당초 벨기에가 제안한 'EU 군사령부' 구상에 비하면 후퇴한 것이다. 이라크 전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시기 상조론'이 반영된 결과다.
4개국 정상은 EU회원국 일부 국가만 참여하는 유럽안보방위연합(ESDU) 구상, EU군비조달청 설립, 전략 수송부대 설치 등도 제안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의 계획은 유럽의 방위력을 키워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대서양 양안의 동반자 관계는 유럽의 최우선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전으로 불신이 깊어진 미국과 영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나토가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지휘체제가 아니라 군사력의 강화"라며 4개국의 계획을 비난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이라크전을 지지한 EU 회원국들도 "(이번 합의가) 전쟁으로 촉발된 나토와 EU의 분열을 심화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아나 팔라치오 스페인 외무장관은 "유럽 안보·방위 정책은 배타적인 것이어선 안 된다. EU 밖에서 만들진 정책에 '유럽'이라는 명칭을 붙일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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