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는 뛰고 토종업체는 기고…'외국의 생명보험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상품의 판매가 브랜드 파워에 의해 좌우되는 방카슈랑스(은행 및 보험 겸업) 체제가 본격화하면 국내 생보 시장의 판도가 외국 유명회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2 사업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 생명보험업계의 총 보험료는 총 49조116억원으로, 전년의 47조3,643억원보다 1조6,437억원(3.5%) 늘어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 가운데 토종업체의 경우 1년 사이에 총보험료가 43조5,810억원에서 43조8,715억원으로 0.7%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외국계 생보사는 3조7,833억원에서 5조1,401억원으로 무려 35.9%나 급신장했다. 이에 따라 외국회사의 국내시장 점유율도 2001년 8%에서 지난해 10.5%로 껑충 뛰어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10% 대를 넘어섰다.
외국계 중에는 알리안츠, ING, 메트라이프 등 대형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위업체인 알리안츠는 2001년 1조9,829억원에서 지난해 2조2,639억원으로 매출 신장률이 14.2%에 달했고 ING(69.8%), 푸르덴셜(42.3%), 메트라이프(45.9%), 아메리카(89.2%) 등도 괄목할만한 신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생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토종'빅3'중에는 교보의 실적악화가 눈에 띈다. 교보는 2002년 수입보험료가 8조4,312억원으로 전년(8조7,302억원)에 비해 3,000억원이 줄어들면서 대형사 중에는 유일하게 외형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은 18조8,153억원에서 19조2,691억원으로 2.4%, 대생은 9조3,913억원에서 9조4,462억원으로 0.6%씩 매출이 늘어, 간신히 체면치레는 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의 매출신장은 시장점유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국내 빅3의 경우 삼성(39.7→39.3%) 대생(19.8→19.3%)이 각각 0.4%포인트, 0.6% 포인트씩 점유율을 빼앗겼고 교보는 18.4%에서 17.2%로 무려 1.2% 포인트나 점유율이 하락했다.
국내 업체는 자산건전성이나 수익성, 유동성 등 각종 경영지표에서도 외국계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자산 보유현황을 나타내는 자산건전성(총 5등급)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가장 우수한 수준인 1등급은 알리안츠, 메트라이프, 뉴욕, 푸르덴셜, ING 등 외국계가 독차지한 반면 삼성과 대생은 2등급에 머물렀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은 선진 외국사에 비해 상품개발 능력이 부족한데다 건전성관리도 허술한 것이 현실"이라며 "방카슈랑스가 본격화하면 우량회사와 부실회사 사이에 영업실적 격차가 훨씬 크게 벌어지며 업계의 판도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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