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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교육, 뿌리부터 개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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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교육, 뿌리부터 개혁을

입력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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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교육 위기가 거론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공교육이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공교육이 위기인 것은 공교육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잡아먹는 사교육 때문이다. 공교육을 잘못된 수요에 맞추려 하지 말고 잘못된 수요를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우리 사회의 과외 열풍은 가히 집단정신병 수준이다. 대학입시를 위해, '이중 언어자'가 되기 위해, 또는 특기자가 되기 위해 과외로 내달리는데 대부분이 과소비다. 그냥 과소비가 아니라 명품 과소비요 그것도 가짜 명품 과소비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마약 과소비 열풍이다. 인성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의 교육 문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학 서열화에 따른 입시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입시 경쟁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학벌사회의 고착과 입시 경쟁의 과열·맹목성이다.

대학 서열화에 따른 학벌사회의 고착은 일제 시대 이후 전통적 계급 갈등이 해소된 뒤 이를 대체한 신형, 한국판 계급 균열로 자리잡았다. 사회적 출세의 척도가 고등학교·대학 출신교가 되고 일류 대학을 못나온 사람은 제 구실을 못하게 되어버려, 좀더 나은 대학을 가고자 하는 열망이 온 국민의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입시경쟁의 맹목성은 인구밀도가 큰 단일 사회 한국에서 나타난 병리 현상이다. 좁은 곳에서 같은 족속들끼리 부대끼다 보니 경쟁도 심해지고 스트레스도 많아진다. '생존경쟁'의 법칙을 넓은 나라에서보다 더 절감하게 된다. 흔히 얘기하는 냄비 근성이나 집단 쏠림 현상도 그래서 나타난다.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나 월드컵 이상 열기도 뿌리가 같다. 게다가 정부는 좁은 의미의 '경쟁력' 이데올로기를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비정상적 집단 경쟁에 내몰리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가 학생의 자살과 정신병이요, 부모의 우울과 비행이다.

사정이 이러니 교육 문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대학입시제도를 이리저리 고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수능 시험을 어렵게 또는 쉽게 낸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근본적으로 위에서 지적한 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단일 밀집사회의 성격은 인위적으로 해결될 게 아니다. 따라서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고, 경쟁력 이데올로기를 균형 발전 이념으로 바꾸며, 국민 의식 수준을 높이는 일을 해야 한다.

우선 국가 철학을 개조해야 한다.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꾸는 철학으로는 교육 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다. 돈벌이 경쟁을 지상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 정신과 물질의 균형 잡힌 발전을 추구하는 문화 국가의 이념을 정착시켜야 한다. 정부는 지방대학을 포함하여 대학들간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세칭 일류 대학들이 대학원 대학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과외를 못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일류 대학들은 각성하고 이기심을 억제하여 과열 과외를 억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민 차원에서는 과외 추방과 참된 교육을 위한 운동이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 전교조는 이념 갈등을 자초하지 말고 학벌 사회 개선에 힘을 쏟으라.

마지막으로 국민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각성이 그냥 되지는 않으니 정부, 민간의 다양한 차원에서 문화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무엇이 과연 보람 있는 삶이고 무엇이 과연 진정한 국가경쟁력인지, 과열 과외에 쏟아 붓는 돈과 정성으로 더 가치 있는 일을 얼마나 많이 할 수 있는지 깨달을 날이 와야 한다. 그런 깨달음이 어느 날 섬광처럼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 영 명 한림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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