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이라크 전쟁 후 해외 미군의 재편작업이 본격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미군이 사우디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주둔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 미국은 1991년 걸프전 후 이라크 남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고 이를 감시하기 위해 5,000명의 병력을 인접한 사우디에 배치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로 이제 이 임무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 미국과 사우디 양측의 일치된 설명이다.워싱턴 포스트는 "미군 철수는 중동지역뿐 아니라, 유럽과 동아시아 등을 포함하는 세계 미군 재조정 작업의 시작"이라며 "미국은 독일 주둔 미군 일부를 동유럽의 새로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또한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고 있으며 아프간 전쟁을 위해 마련됐던 중앙 아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의 미군 기지도 조정 대상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BBC는 그간 사우디 내에서 미군의 존재를 굴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고조됐고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라 왕세자도 이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이번 미군 철수로 압둘라 왕세자의 입지가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1월 압둘라 왕세자는 미군 철수를 계기로 지방 의회 선출을 비롯한 일련의 정치 개혁을 추진할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정치개혁 문제도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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