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인간은 밤만 되면 변해 사람을 습격한다. 이 늑대인간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은으로 만든 총탄뿐이다. 보통 총탄은 통하지 않는다. 전설이나 신화 속에서 늑대인간은 은탄(銀彈·silver bullet)으로만 죽일 수 있다고 돼 있다. 늑대인간과의 슬픈 사랑을 다룬 오래 전 영화 '나자레스'에서도 늑대인간인 청년을 죽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은 은으로 총탄을 만든다. 이 장면이 나오는 동안 흐르는 주제가는 한때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인기곡이었다. 영어에서 silver bullet이라는 표현은 완벽한 공격이나 방어 수단, 또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한 방에 풀어내는 특효해법 정도의 뜻으로 쓰인다.■ 어려운 세상사마다 은탄을 찾고 바랄 때가 많지만 요즘 세상에 정말로 은탄이 없는 영역이 또 하나 있다. 인터넷 세상의 스팸메일이 그것이다. 사람과 돈과 시간을 아무리 쏟아 차단장치를 만들어내도 숨바꼭질하듯 범람하기만 하는 인터넷의 '필수악'이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이메일의 45%가 스팸메일이다. 전 업계가 골머리를 앓으며 퇴치노력을 펴는데도 지난해 1월보다 16%나 늘어났다고 하니 그 생명력은 엄청나다. 아메리카 온 라인의 경우 가입자 3,500만명에게 올 초 쏟아진 스팸메일은 하루 20억건으로 지난해보다 배가 늘었다고 한다.
■ 스팸메일이 창궐하는 것은 인터넷을 이용한 사업이 번창하는 한 어쩔 수가 없다. 수익 가능성을 기존 통신방식과 비교하면 답이 금세 나온다. 미국의 조사로는 이메일 10만건 당 한 사람의 고객만 확보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돼 있다. 받는 사람에게는 쓰레기이지만 반대쪽에서는 많이 보낼수록 돈이 되는 셈이다. 비용의 이점도 물론이다. 인터넷 마케팅 100만건 당 드는 비용이 500∼2,000달러인데 비해 같은 규모의 마케팅을 기존 우편방식으로 할 경우 4만∼19만달러까지 든다는 설명이다. 이메일 주소를 얻어내는 방법도 갖가지여서, 단어와 알파벳과 숫자를 사전식으로 조합해 무작위로 쏘는 메일도 있다고 한다.
■ 스팸메일은 불법공해이자 사생활 침해이기도 하지만 삭제를 클릭하는 데 드는 품은 사실 별것 아니다. 그러나 음란 스팸메일로 말하자면 그 해악은 전혀 다른 얘기다. 스팸메일 홍수 중 엄청난 분량의 음란 사이트 장사가 안방으로, 학교로 아이들을 공격하고 있다. 얼마 전 집계를 보면 전 세계 유해사이트 67만여개 가운데 한글 사이트가 영어 사이트 다음으로 많은 6만여개를 차지했다. 일본어 사이트의 4.3배나 돼 낯을 뜨겁게 한 통계였는데, 문제는 이를 차단할 마땅한 방법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호할 은탄이 없을까.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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