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0일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가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며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집중 성토했다.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국정원 인사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의원들은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설마가 사람잡네", "이제 막가자는 거구만", "이렇게 정치를 해도 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의총에서 이규택 총무는 "노 대통령은 오기와 독선, 오만으로 야당에 대해 폭거를 자행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홍준표 의원은 "서 교수는 국회 정보위에서 '부적절'보다 더 나쁜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국정원 3차장으로 임명된 김보현씨는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돼야 할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홍 의원은 "앞으로 우방과의 정보교류가 차단돼 국정원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 것"이라며 "차라리 국정원법을 폐지하고 해외정보처를 신설하는 법안을 제출하자"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구체적으로 "국정원의 대공기능은 기무사와 검·경으로, 대북정책은 통일부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심재철 의원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고, 김용균 의원은 국가보안법 개정 의사를 밝힌 고영구 원장을 겨냥, "국보법이 폐지됐다면 오늘의 우리는 헐벗고 맞아죽는 북한 인민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의총에서 결의문을 채택, 노 대통령의 사과와 임명 철회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국정원장 사퇴권고결의안 제출 국정원에 대한 예산통제 등 강력한 원내투쟁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의총에서는 국정원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안영근 의원과 정형근 의원이 정면 충돌, 이념갈등이 한나라당 내부로도 번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안 의원은 "고 원장이 좌파라면 나도 좌파고, 서 교수가 친북 세력이라면 나도 친북 세력"이라며 당론에 반기를 든 뒤 "고 원장은 국정원에 대한 과거 그릇된 인식을 바꿔줄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형근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지금 자유민주주의 수호세력과 친북 주사파와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안 의원이) 친북 좌파라면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의총장 여기저기서 '나가라'라는 말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형근 의원 발언 직후 의총장을 빠져나가는 안 의원에게 정창화 의원이 "이제 나가나"라고 핀잔을 주자 안 의원은 "왜 반말하느냐"고 맞섰고, 정 의원이 "왜 너한테 반말하면 안 되느냐"고 반박하는 등 잠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