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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숲 이야기/ 함양 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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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숲 이야기/ 함양 상림

입력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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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은 어디에 있을까. 지리산 동북쪽 함양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함양은 조그마한 하천을 끼고 있는데 여름에 폭우가 쏟아지면 백운산 깊은 계곡에서 비롯된 물이 종종 홍수를 유발한다. 이는 백운산 계곡물이 함양 남쪽에서 구룡천과 만나 위천을 이루다가 남강과 합류하는 까닭에 물빠짐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이러한 지형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는데 그 역사가 1,100여년 전 신라 진성여왕(887∼897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함양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은 홍수피해가 극심한 것을 보고 제방을 쌓아 물줄기를 지금의 위치로 돌림과 동시에 제방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당시의 이름은 '대관림'으로서 숲의 규모가 오늘날 보다 훨씬 컸는데 세월의 흐름 속에 그 숲의 중간이 파괴되어 지금은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어졌다. 상림쪽에는 최치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문창후 최선생 신도비' 가 세워져 있다.

상림은 면적이 20.6헥타르에 달하는 평탄지로서 길이 약 1,400미터, 최대 폭 200미터에 달하는 넓은 숲이다. 숲을 울창하게 하는 상층을 구성하는 나무로는 느티나무, 까치박달, 서어나무, 이팝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이 있고 그 밑에는 쪽동백, 국수나무, 자귀나무, 산초나무, 작살나무, 인동덩굴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 하천변을 보호하는 호안림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보건휴양, 풍치, 방풍림으로서, 그리고 향토수종을 파악하기 위한 학술림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이곳을 탐방하기에 좋은 때는 어린이날이다. 이 때에는 많은 나무들이 신록을 자랑할 뿐 아니라 이팝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기 때문이다. 꽃이 하얀 것이 마치 쌀밥(이밥)과 같다하여 '이팝나무'라 이름 붙은 이 나무는 꽃이 온통 나무를 뒤덮기 때문에 나무 전체가 새하얗다. 이 나무가 상림의 숲 가장자리나 트인 공간마다 자리잡고 있어 상림 전체가 새하얗다. 한편 온대 중부 지방의 극상 수종이라고 하는 서어나무는 회색빛 근육질 줄기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 숲은 많은 이용객들로 인하여 땅이 많이 다져진 상태이기 때문에 목재 데크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보호 시설이 필요하다. 천년 넘게 대대로 지켜온 숲을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고이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주훈·임업연구원 박사 forefir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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