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가곡을 많이 부른 것으로 기억됩니다. 가곡은 관현악 반주에맞춰 부르는 우리의 전통 성악곡입니다. 괜히 잰 척 하거나, 고상한 척 하려고 가곡을 부른 것은 아닙니다. 청소년이 부를만한 적당한 노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당시 대중음악은 대부분 외국 노래였습니다. 팝송, 샹송, 칸초네 등등….
군사정권 아래 우리 대중문화가 기를 못 펴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외국 노래는 더욱 자극적이었습니다. 라디오의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노래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멍석을 펴놓고 외국 노래를 부르기는 어려웠습니다. 가사를 외우기도 힘들었고, 애써 외워도 실전에서 발음 하나 틀리면 망신스러웠으니까요. 그래서 노래자랑이라도 벌어지면 10명 중 5명은 가곡을 불렀습니다.
가곡 중에는 인기가곡이 있습니다. 곡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드라마의 주제곡이나 삽입곡으로 방송을 많이 타면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기억을 더듬는다면, ‘비목’(장일남 작곡, 한명희 작사), ‘선구자’(조두남 작곡, 윤해영 작사), ‘그리운 금강산’(최영섭 작곡, 한상억 작사) 등을 인기 가곡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사회분위기 때문일까요. 모두비장합니다. 일제에 항거하는 의인, 전쟁에서의 이름없는 죽음, 그리고 분단의 아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인기가곡이 있습니다. 바로 ‘보리밭’(윤용하 작곡,박화목 작사)입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 로 시작됩니다. 자연과 계절과 추억을 묶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어른은 물론 요즘 아이들도 교과서를 통해 다 압니다. 그런데 잘 부르지 않습니다. 워낙 부를만한 우리 노래가 많으니까요. 보리밭>
보리밭으로 가는 길에 ‘보리밭’이 들어있는 테이프를 하나 준비하면 어떨까요. 가는 길에 온가족이 이 노래를 완벽하게 익혀 푸른 보리밭 사잇길을 걸으며 함께 부릅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이미지와 내 입에서 나오는음악의 조화를 느껴봅니다. 입체적인 여행의 기쁨입니다. 여행이 끝났더라도, ‘보리밭’을 흥얼거리면 푸른 보리밭의 모습이 머리 속에 펼쳐질 것입니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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