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라크 정부 수립의 일정표가 윤곽을 드러냈다.이라크 각 정파 지도자들은 28일 미 군정 책임자들과 회의를 갖고 앞으로 한 달 안에 회의를 소집해 과도 정부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 제이 가너 이라크 재건·인도지원처장과 잘마이 칼릴자드 미 대통령 특사 주재로 8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는 이슬람 각 정파,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해외 망명 반체제 인사 등을 망라한 약 300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이기도 한 이날 바그다드의 사담 후세인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대표단은 회의 종료를 앞두고 성명을 채택, "과도 정부를 선택하기 위해 4주 안에 거국 내각을 수립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고 선언했다. 과도 정부 형태와 관련, 저명한 망명자인 사드 알 바자즈는 "많은 참석자들이 한 명의 대통령보다는 3∼6명으로 구성된 대통령위원회를 만드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열렸던 1차 모임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슬람 시아파 최대 단체인 이슬람혁명최고회의(SAIRI)가 대표를 파견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았다. 해외파 인사들은 미국 역할의 최소화를 주장하고 일부는 미군이 신속히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후세인 정권 하에서 살았던 인사들은 이라크의 즉각적인 자치능력에 회의를 표하며 과도 정부 기간에도 미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너 처장은 "미국의 임무는 이라크가 새 정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수단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뒤 "급선무인 질서 회복을 위해 치안 문제를 논의할 회의가 29일 바그다드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포드 예술센터에서 이라크·아랍계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을 통해 "미국은 우리와 같은 형태의 정부와 우리의 문화를 강요할 의도가 없다"며 이라크가 민주국가로 새롭게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회의가 열린 28일 바그다드 서부의 한 마을에서 미군이 민간인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13∼17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저녁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팔루자 마을에서 500여명의 비무장 반미 시위대가 미군이 배치된 한 학교에 접근했을 때 총격이 가해졌다. 사망자에는 어린이 수 명이 포함돼 있으며 45명이 부상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미군은 아직 발포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더욱 거세질 경우 과도 정부 출범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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