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요구불예금 금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일제히 동일한 비율로 인하, 사실상 은행간 담합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자산규모 1위의 국민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서면 다른 은행들이 시차를 두고 동일한 수준으로 내리고 있어 고객 입장에서 이자수입 감소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2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1월17일 대표적 요구불예금인 보통예금의 금리를 0.5%에서 0.25%로 0.25%포인트 인하하자 이후 거의 모든 은행이 한달 여 사이에 동일한 비율로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저축예금과 기업자유예금도 거의 동일한 비율로 인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국민은행이 9일 또다시 보통예금 금리를 0.25%에서 0.1%로 0.15%포인트 내리자 다른 은행들도 동일한 비율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21일부터, 한미은행은 25일부터 같은 비율로 금리를 내렸으며, 제일(5월12일), 우리(5월 중순), 외환(5월중)은행도 금리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2월초 보통예금 금리를 0.5%에서 0.3%로 내려 다른 행보를 보였던 하나은행도 14일 0.1%로 내려 결국 다른 은행들과 공동보조를 취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은행들끼리 미리 짜고 금리를 내리는 담합행위는 100% 불가능하다"며 "다만 시장지배력이 앞선 국민은행의 금리 선도파워가 막강한 만큼 다른 은행들이 국민은행의 금리인하에 큰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각 은행은 수익구조상 예금금리를 어떤 식으로든 내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고객 이탈을 우려해 선도은행인 국민은행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동일한 비율로 인하하게 된 것은 요구불예금 금리가 1% 미만이어서 다양한 인하폭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