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가 28일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재산명시 심리재판에서 자신의 전 예금재산이라며 금액이 29만원에 달하는 예금통장을 제시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우리는 불쌍한 이 전직 대통령을 위해 모금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전씨의 주장을 사실로 믿을 사람이 세상에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이런 전씨의 '배 째라'식 대응에 연민의 정마저 느껴진다.자신의 상관인 참모총장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든 어쨌든 간에 그는 7년 여를 국가원수 직에 있었던 사람이다. 애초 이런 사람에게 도덕성이나 양심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이런 거짓말을 신성한 법정에서까지 태연히 할 수 있는 그의 강심장에 우선 혀가 내둘러진다.
지금도 그는 옛 부하들과 떼지어 해외여행과 골프 등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의 큰 씀씀이는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한 충직한 부하가 수감생활을 마치고 "각하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고 하자 '수고비'명목으로 10수억원을 주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또 옛 부하들의 경조사에 두툼한 봉투로 그들을 감동시켰다는 얘기도 흔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자금으로 다 쓰고 생활은 인연있는 사람들과 측근, 자식들 도움으로 꾸려 간다고 했다. 해당 구청 실무자가 들었으면 구호대상자로 지정해야 할 판이다. 검찰은 전씨가 천억원대가 훨씬 넘는 무기명 양도성 채권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1997년 4월 그는 2,204억원의 추징금이 확정됐으나 현재까지 검찰이 몰수한 금액은 고작 314억원이다. 김대중 정권이 무슨 까닭인지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같은 혐의로 추징액 2,628억원에 2,073억원을 몰수당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도 형평에 안 맞다. 여생을 더 이상 손가락질 안 받고 살아가려면 전씨는 좀더 솔직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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