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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안방 관중 끌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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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안방 관중 끌어내라

입력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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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구단이 VIP로 모시는 고객은 TV로 중계되는 경기라도 굳이 경기장에서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는 팬들이다. 이들은 선수기록을 줄줄 꿸 뿐만 아니라 혹시 대기록이 화제에 오르기라도 하면 "아마 7시 32분께인데 내야석 가 열 10번 좌석에서 내가 그 장면을 목격했지 않았겠니"라고 폼 잡고 얘기하는 팬들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에 출근하다시피 하는 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현장관람의 재미를 전파하는 전도사이기도 하다.관중동원에 성공하는 구단은 열성 팬 숫자가 많고 안방관람과의 차별화로 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경기 입장권이 매진인 구단이 관중을 위한 프로모션이나 팬 서비스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관람이 TV관람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아이디어는 무수히 많다. 국내 사례로는 남성 팬이 같이 온 애인에게 전광판을 통해 공개 프로포즈를 하면서 장미 꽃 100송이를 선물하는 쇼, 미국 일본 프로야구에도 없는 치어걸 응원, 야구장 결혼식 등이 있다. 시애틀에서 시작해 미국 메이저리그 전체로 퍼져나간 '함성 게임'도 그 중의 하나다. 이 게임은 스탠드 양편의 관중들이 지르는 함성의 크기에 따라 전광판에서 벌어지는 지프경주나 줄다리기 승부가 결정되는 그야말로 관중 참여형 게임이다.

1979년 미국에서 디스코가 유행하던 시절 디스코 레코드와 1달러만 가져오면 더블 헤더를 볼 수 있게 하고 1차전 후 레코드 판을 부숴 버리는 '디스코 박멸의 밤'도 문제는 있었지만 관중 모으기에는 성공적인 행사였다. 유료관중이 무려 6만명에다 4만명은 자리가 없어 되돌아 갔고 경기장이 난장판으로 변해 주심이 몰수 경기를 선언했다는 사실로 미뤄 게임보다는 행사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이 경기장을 찾았을 게 분명하다.

미국 독립리그 소속의 한 지방 팀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며 이발도 할 수 있는 이동 좌석을 설치하고 식료품점에서 배달을 해주던 개를 볼 보이로 고용해 관중동원에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96년 이 팀은 홈 2 경기를 제외한 41 경기가 매진되는 대기록을 세웠고 때로는 이웃 도시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장보다 많은 관중을 동원하기도 했다.

프로구단이 흥행에 성공하려면 시청자나 독자, 인터넷 이용자에 머물러 있는 팬이 경기장을 직접 찾게 만들어야 한다. 그 수단 중의 하나가 바로 안방관람과의 차별화이고 '즐거운 경기장'을 만들면 팬이 관중이 될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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