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을 계기로 촉발된 미국―유럽간 반목의 위험성을 우려해 온 토니 블레어(사진) 영국 총리가 28일 '신 냉전'의 도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블레어 총리가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서양 양안 간의 분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블레어 총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세계는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이른 시일 내에 미―유럽 사이의 우호관계가 복구되지 않을 경우 세계는 과거 냉전시대를 연상시키는 불안과 긴장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선진국 진영이 라이벌 관계의 두 블록으로 나뉠지 모를 심각한 위험이 존재한다"며 "그동안 지속돼 온 미―유럽간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한 세계 구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지난 세기 냉전 종식과 함께 제거하고자 했던 분열로 회귀할 것이며 이는 그야말로 세계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한 듯, "유럽 지도자들은 세계 외교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 그들이 스스로를 미국의 경쟁자로 생각한다면 세계 안보와 경제는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러 다른 세력 중심으로 나뉘느냐, 아니면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는 미국과의 동반자관계 안에서 미래를 보느냐는 아주 기본적인 결정이다.
전자의 경우 세계는 급속히 경쟁 세력으로 분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외교 전문가들은 "블레어 총리의 최근 잇따른 충고와 경고는 미국과 유럽간의 가교 역할을 지향해 온 그의 평소 행보와 맞물려 새로운 '외교적 제3의 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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