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정연주 개인의 생각이나 입장이 아니라 KBS 프로그램으로 평가해 주십시오. 시청률에서 뒤지더라도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이 뿌리 내리도록 하겠습니다."정연주(鄭淵珠) KBS 사장은 29일 KBS 대회의실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흔히 제왕적 권력으로 불린 KBS 사장의 권한을 대폭 아래로 나눠 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시절 토론회에 참가한 경험을 들어 "일에 대한 자세, 열정 면에서 KBS는 관료적이고 느슨하게 일을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조직과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내일(30일) 이사회에서 부사장 임명 동의를 받고 본부장, 실·국장, 부장 인사도 되도록 빨리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2TV의 선정성 문제와 관련, "민영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상업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조만간 팀을 만들어 2TV 프로그램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KBS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내보낸 뒤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며 "다만 KBS 재원의 60%가 광고에 의존하는 현재의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취임사에서 '동지'라는 말을 쓰고, 직설적으로 발언해 사내에 적잖은 우려를 낳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늘 아침 실·국장 회의에서도 신랄한 비판이 제기됐다"며 "해직기자 시절에 입에 밴 말버릇 때문일 뿐, 편을 가르거나 똑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두 아들의 미국 시민권 취득 문제에 대해서는 "다 큰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애들에게 '미국 주류사회로 나가라'고 말한 것은 미국 사회에 뛰어 들라는 얘기지, 기득권 세력이 되라는 말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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