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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록의 대부 신중현 (53)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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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록의 대부 신중현 (53)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록을

입력
200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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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나는 여생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아마도 그 시절부터 나의 삶을 음악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몰두하게 됐고, 또 TV 등 여러 매체에서 나의 삶을 조망하는 프로젝트를 제의해 오면서 굳어졌던 것 같다. 제작진과 여기 저기 좋다는 곳은 한번씩 찾아 다닐 때 우연히 알게 된 곳이 있다. 충남 단양 노동리의 노동초등학교라는 폐교.바쁘게 사는 나날이지만, 3년째 주말이면 서울을 벗어나 되도록 아무 생각도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와도 마음이 넉넉해 지는 곳이다. 틈틈이 가서 등나무나 찔레꽃을 심거나 외장이 너무 낡은 곳은 간단히 손질도 한다. 당장 끝날 일이 아니다. 지금으로선 한 몇 년 걸려야 끝날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 어차피 시간과 함께 가는 삶 아닌가.

TV 촬영을 끝내고 충남교육청에 가서 "빈 건물이니 문화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요지로 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내 작업장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 이후 1년에 1,000만원을 들여 이 학교 2,000평 땅을 임대해 오고 있다. 그 직후 나는 '신중현 음악 세계'를 세우고 나의 음악을 중심으로 총체적인 문화 작업을 진행했다. 관객이 있건 없건, 인터넷 작업과 공연 등 온 오프를 통틀어 진행되는 나의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시골이라면 어디든 다 좋다. 서울에서 도시 생활에 쫓기다 보면 자기를 잃기 십상이나, 이제는 가서 나를 되돌아 보고 싶다. 나의 원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다. 이곳 지하의 우드스탁에서 나와 바깥바람을 쐬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노장사상을 근본으로 해서 살아간다면 크게 어긋난 삶은 아닐 것이라 본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것에 도전할 생각이다. 바로 동요다.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내가 좋아 하는 멜로디를 붙여나갈 생각이다. 십중팔구 그것은 '록적인 동요'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은 오래 전 작곡할 때부터 어렴풋하게 해 왔던 것이다. 인터넷 작업과 내부 정리 등이 마무리될 초여름 이후에는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 갈 생각이다. 록 동요 작업은 어쩌면 출발이다. 나는 그것을 기반으로 해, 노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록으로 발전시켜 보고 싶다. 요컨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록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이다.

단양땅에 나의 노년을 맡기려 계획을 세운 뒤 1년 채 안 돼서였다. 2001년 '신중현 그룹'과 함께 단양의 강변에서 야외 공연을 가졌고, 이후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록에 대한 생각은 더욱 절실해졌다. 강바닥에 의자 2,000개를 깔고, 자리를 펼쳐두자 소문을 듣고 몰려 온 주민들이 족히 2만명이나 됐다. 그 공연으로 나는 군청으로부터 공로패는 물론, 명예군민증까지 받았다. 제 2의 고향으로 삼아도 무리는 없지 않은가.

당시 충주 MBC에서 방영된 그 콘서트에서는 제 2기 '신중현 그룹'이 나와 초창기에서 근작까지 나의 히트곡들을 죽 망라했다. 후련한 지방 공연을 한 번 하고 나니 부산과 대구 등 여러 곳에서 비슷한 콘서트 요청을 해 왔다. 그러나 내가 거절했다. 기술적인 문제였다.

단양 공연은 나의 단독 콘서트였다. 내가 생각한 대로 필요한 장비 등에 대한 세팅을 짤 수 있었다. 당시 모처럼 지방에서 공연을 갖는다며 내가 서울의 음향, 조명 등 공연 하드웨어 업자들, 기획자들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무대였다. 그 덕택에 군 당국에서 지원한 경비의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무료로 성사된 공연이었다.

나는 10여년째 새 곡을 쓰지 않고 있다. 내가 탁해져 있으므로 아름다운 소리가 나올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내가 수긍할 수 있는 진정으로 새로운 음악성을 위해서는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평범한 인간들의 범속한 감정에 대해서는 노래 할만큼 다 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거기서도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움이 분명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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