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사랑과 평화'가 쌓아 온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5월5∼8일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사랑과 평화' 멤버들은 "우리가 여전히 존재해 노래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최장수 그룹 '사랑과 평화'는 1978년 창단 때부터 팀을 지키고 있는 보컬 이철호(51)와 88년 합류한 이병일(44·드럼) 이승수(40·베이스)에 99년 이권희(40·키보드) 송기영(37·기타)을 영입해 활동하고 있다. "사랑과 평화 만한 그룹 이름을 짓기도 어려울 거예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좋은 말의 조합 아닙니까?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더 어지러워질수록 우리 그룹 이름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최장수 밴드라는 수식어 외에도 우리 가요사에서 '사랑과 평화'라는 존재는 독특하다. 1978년 '와우와우'라는 효과음 장치를 이용한 '띠용∼띠용∼'하는 기타 소리가 재미있던 노래 '한동안 뜸했었지'로 등장한 그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리듬과 스타일의 '펑키'한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거치고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이들은 2월 베스트 앨범과 새 앨범을 묶은 '러브 앤드 피스(Love and Peace)'를 발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새 앨범의 타이틀 곡 '어허,그럼 안되지!'는 MBC드라마 '어사 박문수'의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멤버들이 함께 하는 탓에 의견이 다른 경우도 많다. "요즘 하루 5시간씩 연습하는데 연습 시간의 3분의 1은 토론으로 지나가죠. 하지만 시간이 걸려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가는 게 그룹사운드지요. 그룹은 한 사람의 뛰어난 음악가가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 조화가 중요하잖아요?"
디스코 음악이 유행하고 음악 DJ가 생기면서 그룹사운드가 설 무대는 점점 좁아졌고 하나씩 사라졌다. "그룹 사운드가 노래를 공연할 장소도 없고, 방송활동도 하고 콘서트도 열고 싶지만 마땅치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워도 책임감을 갖고 그룹사운드의 명맥을 이어갈 겁니다." 이들의 목소리에는 비장함까지 섞여 있다.
벌써 25년째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이철호. "노래는 늙을수록 해야겠더라구요. 20·30대 때는 소리만 질렀지 노래하는 맛을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그 때는 조금만 노래해도 쉽게 목이 쉬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이 잘 안 쉬더라구요."
이번 공연에서는 새 앨범에 실린 신곡을 전부 부를 생각이다. "'사랑과 평화'가 하고 있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팬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사랑과 평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팬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공연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공연은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열린다. 문의 (02)3141―9450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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