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12시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카페골목. 취한 기색이 역력한 취객이 술집 문을 나서자 종업원 김모(23)씨는 미리 준비해 둔 차량에 손님을 태우고 유유히 골목을 빠져 나갔다. 10분도 채 안돼 돌아온 김씨는 "경찰단속이 심한 카페골목 바깥까지만 대신 운전해달라는 손님의 요청으로 나갔다 오는 길"이라며 "큰 길로 나가서는 손님이 차를 몰고 갔다"고 말했다.선별단속 피해가기 백태
경찰의 음주단속 방식이 길목차단식에서 선별단속으로 바뀐 이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음주운전자들이 늘고있다. 선별단속이 주로 유흥가일대에서 이뤄지다 보니 취객들이 위험지역을 술집 종업원 등의 도움으로 일단 벗어난 뒤 대로에서는 본인이 운전해 귀가하는 경우가 일반화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예전에는 심야 귀가길에 한두 번은 골목검문을 통과해야 했지만 지금은 무방비상태"라며 "유흥지역에 집중된 감시망을 피하면 사실상 단속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운전에 자신있는 베테랑들은 맥주나 소주 한병 가량을 마시고도 과감하게 운전대를 잡고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A한정식집 김모(52)사장은 "예전에는 소주 한두 잔을 마시고도 대리운전을 불렀지만 요즘은 소주 한병을 비우고도 운전하는 손님들이 늘었다"며 "음주징후가 확실한 차량만 선별하는 단속방식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리운전 울상, 단속실적 감소
음주운전이 늘면서 대리운전업체는 울상이 됐다. 한국대리운전업협회 관계자는 "평소 300명 정도가 이용하던 한 업체의 경우 최근 240명으로 손님이 줄어드는 등 평균 수입이 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단속실적은 크게 줄어 서울 대부분 경찰서는 평소 하루 평균 5∼7건의 음주운전자를 적발했지만 방식이 변경된 23일 이후 하루 1∼2건을 적발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서울 B경찰서의 경우 23일 이후 매일 1건의 음주사고가 발생, 지난달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한편 경찰청은 새로운 음주단속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자 28일 '유흥가 밀집지역이나 통행이 한산한 도로, 신호대기로 정지하고 있는 차량 등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장소에서는 혐의유무를 떠나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음주여부를 조사해도 무방하다'는 내용의 선별단속 세부지침을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