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남북 장관급회담 이틀째인 28일 남북은 교류협력 분야 의제를 둘러싼 이견을 대부분 매듭지은 뒤 북한 핵 문제의 공동보도문 반영 수위 조율에 매달렸으나 29일 새벽까지 줄다리기만 거듭했다.남측 대표인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오전 전체회의가 끝난 뒤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회의장을 나서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나타냈다. "잘 될 것"이라는 의례적인 얘기도 없었다. 북측 단장인 김령성 내각책임참사도 "지금으로서는 할 얘기가 없다"고 입을 다물어 평행선을 달린 회의 분위기를 드러냈다.
회의에서는 팽팽한 논박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전날에 이어 "핵 무기 보유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못박는 등 전에 없이 공세적 협상 자세를 견지했다. 김 단장이 "핵 문제는 북미간의 문제"라는 종전 주장을 거듭하자, 정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합의한 만큼 마땅히 우리도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와 김 단장은 전체회의 후 점심을 걸러가며 1시간40여분간 일정에 없던 접촉을 갖기도 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 실무접촉에서 교류 협력 사업에 대한 이견은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시켰지만 북한 핵 관련 표현에 대해선 한치 양보 없는 신경전을 펼쳤다. 남측은 "핵 문제에 대한 보다 진전된 내용이 없으면 회담은 깨진다"고 배수진을 쳤다. 북측은 8, 9차 회담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위해 협력한다'는 수준을 제의했지만 남측은 핵 포기 선언이나 비핵화공동선언 재확인 등 구체적인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관계자는 "대화 통로 유지에 급급해 마땅히 제기해야 할 문제를 피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의 달라진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수시로 노무현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평가 및 새 정부의 평화번영정책과 6·15 공동선언의 차이를 묻는 등 새 정부의 6·15 공동선언 이행의지 확인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은 공동보도문에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 재확인"이라는 문구를 넣으려고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공동취재단·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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