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소식 먼저? 아님 우울한 소식부터?즐거운 소식 먼저. 핸드폰 소리도 없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나 잡담도 일절들리지 않는다. 상영 이후에 들어오는 사람도 없다. 일찌감치 좌석이 매진된 터라 통로에 불편하게 쭈그려 앉았다. 2시간 30분이 넘는 상영 시간 동안 사람들은 ‘비정성시’(1989)에 푹 빠져 있었다. 극장 안은 신심 깊은이들이 모인 한밤의 사원 같았다.
15일부터 25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6일부터 5월 11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대만이 배출한 거장인 허우 샤오시엔 감독 특별전이 열리고있다. 15일 480명, 16일 500여명, 17일 600여명이 찾아 60%의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더니 관람객 이 꾸준히 늘어 25일까지 전체 관객이 6,000여 명(점유율 70%)에 이르렀다. ‘비정성시’는 네 차례 상영이 모두 매진됐다. 특별상영한 ‘밀레니엄 맘보’도 매진됐다.
감독 특별전은 최근작 ‘밀레니엄 맘보’를 상영하기 전에 마련한 작은행사였다. 상업적이긴커녕 지루하기까지 한 대만 감독의 영화세계에 이런뜨거운 반응이 따를 줄은 주최측도 예측하지 못했다. 주최측은 1,000만원대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부산 상영까지 2,000~3,000만원 가까운 흑자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우울한 소식. ‘천재 탄생’(박찬욱 감독) ‘류승완에 이은 또 하나의 앙팡 테리블’(전찬일) 등의 극찬을 받은 신예 감독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가 개봉 주말 겨우 전국에서 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치더니 막을 내렸다. 뿐만이 아니다.
감독의 노련한 독심술과 문성근 배종옥 박해일의 뛰어난 연기 앙상블로기대를 모은 ‘질투는 나의 힘’(감독 박찬옥)도 개봉 첫 주에 2만5,000명의 관객을 끄는 데 그쳐 곧장 간판을 내려야 했다.
위의 두 작품은 코미디 영화 일변도의 부박한 풍토를 바꿀 만한 역작으로기대를 모았지만 ‘흥행의 논리’에 밀려나고 말았다. ‘지구를 지켜라!’홈페이지에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넘치고 인터넷 다음 카페에는 동호회가생겨 영화 살리기 운동이 논의되고 있다. ‘질투는 나의 힘’은 영화를상영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관계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두 작품이 ‘박하사탕’, ‘와이키키 브라더스’, ‘고양이를 부탁해’ 같은 성공 사례로 이어지기에는 상황이 너무 비관적이다. 그러나 허우 샤오시엔의 작품에 몰린 관객들처럼 분명 다양한 좋은 영화를 찾는 관객은 어딘가에 있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채로운 영화를 즐길 권리 또한 관객에게 있는 것이고.
이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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