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제목부터 '위풍 당당'하다. 그리고 씩씩하다. 이제 시청자는 TV 앞에 앉아 그녀의 위풍 당당함에 힘을 얻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역시 내용도 제목을 배반하지 않았다. 중졸에 못생긴 미혼모, 거기다 가난하기까지한 은희(배두나)가 주인공이다. 여자로서 형편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우리의 은희는 자신의 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줄 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무기(?)로 세상을 씩씩하게 헤쳐 나간다. 그 모습이 유쾌하다.
차림새도 파격적. 가난과 외모에 주눅든 옷차림이 아니다. 몸에 짝 달라붙는 티셔츠와 미니 스커트를 입고 거기에 유모차까지 버젓이 끌며 연애도 하고 일도 한다. 신세대적인 '또순이' 캐릭터여서 신선함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
'위풍당당 그녀'는 남자 도움으로 성공하는 여자가 아니다. 오히려 연약했던 남자가 그녀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변하고 사업에도 성공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기분 좋다. 기존의 드라마에서 그려지던 의존적 여성상과 다른 점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그 씩씩한 '위풍당당 그녀'에게서 힘과 용기가 얻어지지 않는다. 가벼운 웃음만이 입가에 머물다 사라진다. 그것으로 끝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 우리가 보아 왔던 씩씩한 그녀들은 '또순이'나 '억순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가진 것 없이 거친 세상과 맞서 싸워야 했기에 그녀들의 행동은 단순 무식하고 거칠었지만, 그 모습 뒤에는 항상 따뜻한 마음과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아는 삶에 대한 진지함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판 또순이인 '위풍당당 그녀'는 엽기적이기까지 한 당당함은 있지만 진지한 삶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행동 대부분이 너무 가볍고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각 사장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어려운 회사를 살리려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경쾌한 당돌함과 씩씩함은 발견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갈등과 지혜를 찾기는 어렵다.
거기다 요즘 드라마의 유행 소재인 뒤바뀐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까지 덧붙였다. 어차피 위풍 당당한 그녀는 성공하게 되어 있다. 뒤바뀐 출생의 비밀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 분명하므로. 이와 같은 복선과 코믹한 캐릭터로 인해 은희의 시련과 극복 과정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
'위풍당당 그녀'는 코믹 성향이 강한 드라마다. 하지만 코미디는 아니다. 코믹 성향의 드라마라도 그 코믹함 속에 감동과 진지함이 내재되어 있어야 드라마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신세대적인 발랄함과 유쾌함, 경쾌함, 코믹함 속에서도 삶에 대한 진지함이 느껴질 때, 또 그것으로 용기도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참된 '위풍당당 그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맹숙영·방송모니터(www.goodmonitor.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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