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겹벚꽃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겹벚꽃

입력
2003.04.29 00:00
0 0

왕년에 어느 야당 정치가 ㄱ이 ㄴ에게 "당신은 사쿠라요"라고 했다. ㄴ이 ㄱ에게 "내가 사쿠라면 당신은 왕사쿠라다"라고 대꾸했다. 다시 ㄱ이 ㄴ을 두고 온 세상에다 "나보고 왕사쿠라라고 하는 ㄴ이야말로 왕겹사쿠라다!" 하고 외쳐댔다는 얘기가 있다. 여기서 '사쿠라'는 몸은 야당에 있으면서 여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기꾼, 표리부동한 인간이다.일설에 의하면 사쿠라는 일본의 국화인 사쿠라가 아닌, 말고기를 뜻한다고 한다. 말고기를 쇠고기로 속여서 파는 사례가 많아서 "그 사람 사쿠라다"라고 하면 속임수를 쓰는 사람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는 길가에서 소리치는 장사꾼의 물건을 사는 체 하면서 '바람을 잡는' 보조원을 사쿠라의 어원으로 보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사쿠라(櫻), 곧 벚꽃과는 상관이 없다. 당연히 왕사쿠라도 제주도가 원산인 왕벚나무와 아무 상관도 없다. 왕겹사쿠라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판에는 아직 있는지 몰라도.

겹벚꽃은 있다. 벚꽃이 다 지고 난 요즘, 4월말에서 5월초에 핀다. 지리산 남쪽 하동 악양면의 어느 폐교 운동장에 숨이 막히게 핀 겹벚꽃을 보았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