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파동을 둘러싸고 중국 최고 지도부에서 파벌간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워싱턴 포스트는 27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 세력이 사스 대응 과정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대만 언론들도 앞으로 사스 확산 정도에 따라 권력투쟁이 예측 불허의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양상은 후 주석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협력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후는 당초 장 주석의 우군인 베이징(北京)파와 군부가 사스 피해 상황을 은폐하는 바람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류치(劉淇) 베이징 당서기 등이 문책을 우려해 당 중앙을 제쳐두고 장에게만 알렸기 때문이다. 군부도 사스가 당초 베이징의 301군병원에서 번지기 시작했지만 국가주석과 총리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후가 상황을 알게 된 것은 퇴직 의사인 장이앤용(蔣彦勇)이 301군병원의 은폐를 공개 비난한 뒤였다. 장 주석과 비교적 거리가 있는 광둥(廣東)성 쪽에서 후에게 직보한 것도 도움이 됐다.
이에 후는 이달 초 급히 광둥성으로 내려가 주요 경제중심지를 돌며 사스 예방·퇴치를 역설해 장 계열에 역공을 가했다. 아울러 중앙군사위 부주석 지위를 이용, 군부에도 피해상황을 공개하도록 공개적인 압력을 가했다.
사스 대응 과정에서 후의 국민적 평가는 높아진 반면, 장의 인기는 떨어졌다. 하지만 사스로 경제·사회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경우 장이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며 후를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1989년 6·4 천안문 사태 후 덩샤오핑(鄧小平)이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를 실각시킨 것과 같은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배연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