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인 고통은 그래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퍼진 양심수에 대한 무관심이 제 발걸음을 무겁게 하더군요."하루 30㎞씩 36일 동안 전국의 교도소를 돌아 1,000㎞를 도보행군해 27일 연세대에 들어선 '양심수 석방과 정치 수배 해제를 위한 전국 교도소 도보 순례단' 최진수(41·사진) 단장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도보 순례단 해단식 행사를 준비하던 한총련 수배자 가족들은 환호와 박수로 환영했지만 정작 최 단장은 "아직 풀려나지 못한 양심수가 존재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최 단장이 "양심수가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며 서울구치소에서 교도소 도보 순례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 22일. 2000년 8월 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광주 교도소에서 2년 6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고 나온 지 한 달 만이었다.
"무릎도 좋지 않고 출소 직전 20일이나 단식을 하는 바람에 몸 상태가 최악"이었지만 의정부, 춘천, 전주, 진주 교도소 등 양심수가 복역 중인 곳은 모두 찾아 다녔다. "단돈 100만원을 들고 출발했는데 전국 곳곳에서 만난 농민, 노점상, 노동자 등이 한 푼 두 푼 돈을 쥐어주고, 잠 잘 곳, 먹을 것을 대줘 순례를 마칠 수 있었어요."
최 단장은 들리는 교도소마다 양심수를 찾아 면회를 했다. "저도 수배와 수감 생활 동안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며 많이 괴로워했어요. 그래도 그 시간을 이겨낸 힘은 동료와 선후배들의 격려 때문이었죠. 감옥의 양심수들에게도 제가 힘이 됐겠죠."
도보 순례 보고회를 갖는 자리에서 최 단장은 "이 자리에 곧 쓰러질 것 같다"면서도 "국민을 속이며 양심수를 선별적으로 사면한 노무현 정부에 항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청와대 앞까지 다시 도보순례를 벌이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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