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중 베이징(北京) 3자 회담에서 북한의 리근(李根) 수석대표가 8,000여개의 사용 후 핵 연료봉 재처리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재처리 단계를 놓고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 인터넷판은 25일 지난달 31일 북한이 미국에 핵 재처리 진행상황을 통보했는데 미 국무부가 이를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3월31일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와 미 국무부 동아태국간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은 재처리 사실을 통보했다"며 "그러나 국무부는 이 정보를 국방부, 국가안보회의(NSC), 정보당국 등에 통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국무부로부터 이 정보를 전달 받지 못한 관계 당국들은 은폐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통보 누락이 미 행정부내 강·온파간 대결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전 통보설은 18일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발언과도 맥락이 닿는다. 당시 이 통신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3월 초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에 중간 통보를 해준 바대로 8,000여 개 연료봉의 재처리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 보도 후 한미 양국에서는 이 보도의 한글판과 영문판 문구 해석을 둘러싸고 재처리가 완료단계에 있는지, '재처리의 준비'가 완료단계에 있는지에 대해 해석이 엇갈렸다. 그러자 북한 조선통신은 3일 후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마지막 단계에서 8,000여개 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향해 순조롭게 가고 있다"며 재처리 준비단계임을 암시하는 문구로 수정, 재처리 준비단계 해석이 힘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이 영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지시가 없었고(21일 AFP통신 보도) 이번 3자 회담에서 북한의 리근 대표가 재 처리 완료단계를 언급함으로써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간 재처리 징후가 없다고 판단한 미국은 6개 내외의 무기급 핵물질(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연료봉 재처리를 한계선(red line)으로 설정한 상태여서 이 사안은 향후 더욱 심각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통보설 논란은 혼돈스런 정보를 흘리면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형적인 북측 협상술의 하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뉴욕채널에서 재처리와 관련한 북측 주장들은 매우 상반된 것들"이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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