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3자 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한 "조·미 쌍방의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새롭고 대담한 해결방도"의 내용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미 양국 정부는 27일까지 북측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회담에서 제안된 만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26일 일본 정부측과 협의를 마친 뒤 "북한측의 제안은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내용에 대한 당국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북한측 표현과는 달리 "새로운 것은 없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측에 대해 불가침조약, 경제협력 등을 얘기했다"면서 "그러나 핵 폐기나 이전, 핵 계획 영구 포기에 대해 스스로 제시한 내용은 현 단계에서는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25일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를 면담한 정부 당국자도 "새로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선 설사 북한 제안에 획기적인 내용이 없더라도 협상이 가능한 카드인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993년 이후 북 핵 문제가 줄곧 논의됐는데 새로운 것이 있겠느냐"면서 "하지만 핵 문제는 여전히 외교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미국에 1994년 제네바 합의보다 큰 틀에서 북한의 핵 무기 포기와 미국의 체제 완전 보장·경제지원 등을 교환하는 '확대 일괄타결(Package Deal)'을 제안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과 미국의 동시행동, 불가침 조약의 법적 담보를 강조한 뒤 "강력한 물리적 억제수단을 가질 때만이 자주권을 지킬 수 있고 (이것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면 해결책은 미국 자신이 스스로 찾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공을 넘겼다. 그러나 북한이 회담장에서 체제보장책으로 불가침조약을 고집하지 않았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켈리 차관보는 회담에서 한일 양국이 경제협력 외에 체제보장에도 참여하는 다자간 대북 체제보장안을 북측에 제시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북미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이지만 결렬된 상태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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