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죽는다.'요즘 연예인과 네티즌의 관계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네티즌에 찍힌 연예인은 정말 연예계를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 여성가수인 Y씨는 네티즌들에 의해 사생활이 노출돼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15일 P씨와 A씨를 포함한 일부 연예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유출돼 인터넷에 급속도로 유포된 것이다. 이들은 동료 연예인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해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주고받았는데, 이 메일이 해킹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Y씨의 소속사는 급히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러한 연예인에 대한 소문은 특히 '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진다. 회원들은 연예인의 학창 시절 사진이나 과거 행적 등을 공개하고, 이를 사방으로 유포한다. 다음 카페의 '연예인?! 이제 그들을 말한다'(cafe.daum.net/nowwetalk)는 대표적인 안티 사이트. 회원들의 활동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랭킹을 정하는 '다음 카페 랭킹'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가입 시에는 누구든지 싫어하는 연예인을 한 명 밝혀야 하며, 특정 연예인의 팬을 자처하면 운영자가 강제로 퇴장시킨다. 안티 카페에서는 팬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그래도 이곳은 '안티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곳이라 심한 욕설 등은 규제된다. 그러나 회원가입이 자유로운 연예인 사이트의 게시판이나 필터링(걸러내기) 기능이 갖춰져 있지 않은 몇몇 사이트의 게시판 등에서는 특정인을 비하하거나 심한 욕설을 퍼붓는 네티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연예계 관련 뉴스 사이트인 '그루넷'(www.groonet.com)도 연예인에 관심있는 네티즌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이다. 연예계를 다루는 이 사이트의 기사는 대부분 일간지 등에 난 기사를 출처를 밝히고 인용한 뒤, 이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을 덧붙이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루넷을 찾는 사람들은 사실 기사보다 거기에 달리는 댓글에 더 관심이 많다. 필터링을 피해가면서 살짝 변형시킨 욕부터 피해를 당한 연예인을 두둔하는 글까지 수많은 댓글을 읽다보면, '네티즌에 찍히면 죽는다'는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게 된다.
수년 전부터 인터넷은 연예인과 팬들 사이의 주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해킹이나 근거 없는 비방 등 인터넷의 역기능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는 네티즌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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