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영국에선 교장이 임기를 마치고 나서 교사로 되돌아가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자연스럽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이들 나라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교장을 선출하는 교장 보직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교사가 교장이 된 것은 업무가 바뀐 것 뿐이며 영전이나 승진의 개념은 없다.우리 현실은 어떤가? 다른 것은 모두 국제화하자고 하면서 교육 시스템만은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교장이 다시 교사가 되는 것은 매스컴에 보도될 만큼 희귀한 일이다. 이는 교사가 승진을 해서 교장이 되는 현재의 '교장 자격증제' 때문이다. 현행 교육제도로는 교장의 독선에 의해 학교가 운영되어도 제어할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교장 자격증 제도가 존속하는 한 교사는 교장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점수를 따야 한다. 승진에 무관심한 교사조차 나이가 들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뒷방 마님'이 되어 명예퇴직을 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며 무기력감을 느낀다. 교장과는 천양지차다. 지난해 3월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직생활을 하면 할수록 무력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비율이 경력 5년 이하는 65.3%, 21년 이상은 83.0%로 나타났다.
우리 나라의 대다수 교사는 독일 영국에서와 같은 교장 보직제가 우리 나라에서도 실시되기를 원한다. 교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교사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한다.
그런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장 자격증제를 고집하는 가운데 제도의 단점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수석교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수석교사제를 도입해 '교장, 교감, 평교사'라는 관리직과 '2급 정교사, 1급 정교사, 선임 교사, 수석교사'라는 교수(敎授)직으로 이원화하자고 한다.
그렇지만 이는 문제점을 오히려 키우는 꼴이다. 교사보다 높은 직급을 하나 더 만들어 교단을 더욱 계급화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최근 예산 보성초등학교의 교장 자살이 빌미다. 교장이 힘이 없어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는 현실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과 교사는 학교의 주변인이고 교장이 주인인 것이 현실이다. 교장 보직제말고 대안은 없다.
황 선 주 교육칼럼니스트 대구 경북기계공고 교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