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과 군 현대화 전략을 놓고 대립해 왔던 토머스 화이트(59) 육군장관이 25일 사임키로 했다. 화이트의 사임에 이어 육군 내 서열 1, 2위인 에릭 신세키 참모총장과 존 케인 참모차장도 조만간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화이트의 사임은 군 전력을 첨단화·정예화한다는 럼스펠드의 구상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던 육군 수뇌부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지상군 전력 축소에 강력히 반대해 온 화이트 장관이 물러남에 따라 육군 10개 사단을 8개 사단으로 줄이려는 럼스펠드의 계획도 더 힘이 실리게 됐다고 전망했다.
경질이나 다름없는 화이트의 사임은 그가 육군 개혁을 놓고 럼스펠드와 번번이 마찰을 빚었다는 점에서 예견돼 왔다. 지난해 크루세이더 155㎜ 자주곡사포 개발계획을 놓고 화이트는 육군을 경량화·현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무기라며 2008년 실전 배치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럼스펠드는 이 포가 미래전에 적합치 않다며 끝내 계획을 폐기했다.
폐기된 이 계획을 되살리기 위해 육군이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자 럼스펠드는 격노했다. 화이트가 90년부터 11년 간 회계 부정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엔론사의 이사로 근무한 점, 2001년 5월 취임 이후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더 가까운 관계였다는 점도 럼스펠드의 눈밖에 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세키 육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중순 의회에서 이라크 전후 평화유지군으로 수십만 병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럼스펠드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4년 전 빌 클린턴 정권의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에 의해 총장직에 오른 신세키는 이라크 전쟁 후 경질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참모총장과 차장의 임기가 끝나는 6월 육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참모총장 후임으로는 이라크전을 총지휘한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이 유력하며, 이럴 경우 존 아비자이드 중부군 부사령관(중장)의 중부사령관으로의 승진이 예상되고 있다. 이라크 주둔 지상군 사령관인 데이비드 맥키넌 중장, 윌리엄 월러스 육군 5군단장 등도 사령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황유석기자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