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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아시아 현대음악제"의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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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아시아 현대음악제"의 감격

입력
2003.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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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이기에 제 작품이 연주되는 그때의 감격과 설레임은 한시도 잊을 수 없습니다. 연주자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며 함께 연습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 실제 음악회에서 만족할 만한 연주를 하게 되는 그 순간 순간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지금까지 대부분의 제 작품은 국내에서 초연이 이루어졌고 그 중 여러 작품은 국제 현대 음악제에서 연주되었습니다. 국제 음악제에서는 청중의 기탄 없는 솔직한 반응을 접할 때가 많습니다. 그 때 전해지는 느낌, 흥분, 만족, 그리고 환희 등은 늘 새 시작을 가능케 하는 힘이 됩니다.

작품 활동 못지않게 깊은 의미와 성취를 맛보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창작 음악제를 조직하고 집행하는 일이랍니다. 제가 1976년에서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 아시아 작곡가 연맹의 음악제가 서울에서 3번 개최되었습니다. 그 중 제가 두 번의 음악제를 조직·운영했는데 특히 지난해에 있었던 '2002 아시아 현대음악제'의 성공적 개최로 얻은 감동과 흥분은 다른 어느 행사와도 견주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현대음악을 생소하고 난해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일반 청중들에게 20세기의 고전이나 21세기 초의 좋은 작품을 최고의 연주를 통해 소개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존한 유명 작곡가들이 자기들의 작품 연주를 위하여 직접 연주자들과 상호 교류하는 생동감 있는 음악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첫날 개막 연주회가 생각납니다.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이 곽 승씨가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와 세계적 첼리스트 장한나의 감동적인 협연으로 아시아에서 초연됐습니다. 그 것만으로도 음악제에 참석한 모든 이들을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첫 날 연주회의 성공을 시작으로 7일간의 음악회내내 현대음악제에서는 보기 드문 수많은 청중들이 몰렸습니다. 폐막 연주회에서는 또 한번의 감동이 있었습니다. 또 한 사람의 한국 작곡가, 비교적 젊은 재독 여류 작곡가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참석한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우수한 한국인의 음악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음악회를 마치고 귀국하는 외국 참석자들의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좋은 음악제를 마련한 데 대한 끝없는 감사…. 음악회는 행복과 감동으로 그들과 한국의 음악인들을 하나로 묶은 사건이었습니다. 내 생애에 이러한 음악제를 다시 조직·집행할 수 있을까요? 1년 전 소중한 기회와 벅찬 감동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들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서 경 선 한양대 음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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