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올 상반기 채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인사담당자와 채용 전문가들을 좌담회로 초빙, 올 채용 경향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형 등 알짜 취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참석자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정주 리크루트 대표
강경원 LG CNS 과장
이진 (주)이랜드 채용팀장
이상원 굿모닝신한증권 인사부 대리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3년 국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경기예측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경기변화와 연동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보다는 소수인원을 수시로 선발할 수 있는 수시채용방식을 더욱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정주 리크루트 대표 수시채용이 대세를 이루면서 구직자들은 취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럴 때 구직자들은 역으로 '기업들이 수시채용을 왜 선호하는가'라는 이유를 파악한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원 굿모닝 신한증권 대리 기업이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채용한 사람을 투입해 바로 성과를 내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기업에서 직무를 가르치고 성과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려고 합니다.
강경원 LG CNS 과장 수시채용으로 바뀌면서 기업의 채용담당자들은 공채에 비해 지원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더 꼼꼼히 읽게 됩니다. 따라서 구직자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에 정성을 기울여야 하며, 서류전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천편일률적인 이력서 작성은 피해야 합니다.
면접이 강화된다
이 진 (주)이랜드 채용팀장 기업들이 최근 면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랜드는 지원자가 준비하지 않으면 면접 자체를 치룰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어떤 방향이든 드러내보라고 하는 것이죠. 그림을 그려오거나, 이랜드 매장을 다니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설문조사해 분석할 수도 있죠. 이를 통해 지원자가 정말 이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가 하는 열정을 체크합니다.
이상원 굿모닝신한증권은 5단계(서류전형-인성검사-실무진면접-임원면접-합숙세미나)로 전형합니다. 인성검사는 5년간 축적된 굿모닝 신한증권의 우수인재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특성을 분류해놓고 '우수인재유형'과 '그렇지 못한 인재'의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을 분류합니다. 또 10명의 지원자와 10명의 면접관이 함께 2, 3일간 합숙 세미나를 하면서 창의성, 전문성, 진취성을 평가합니다.
강경원 면접이 강화되면서 구직자들이 면접에 대해 두려움을 많이 갖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면접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정직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LG CNS는 지난해부터 CBI(Competency Based Interview) 교육을 실시해 면접관 자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채용 시 학벌 중요한가
이정주 구직자들은 자신이 취업이 안된 이유를 정확히 파악을 못하기 때문에 '내가 학벌이 좋지 못해서인가' 아니면 '대기업에 아는 지인이 없어서인가', '어학점수가 낮아서인가'를 고민하기만 합니다.
이정일 올해 인권위에서 출신학교, 장애, 질병, 신장 등의 차별적 요소를 입사지원서에 삭제할 것을 기업에 건의했고, 38개 기업체가 입사지원서에 개인능력과 업무수행과정에 연관성이 적은 차별적 항목을 삭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기업에서 이러한 방침에 동의하고 있으며, 입사지원서 항목 중 불필요한 항목을 삭제하는 작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학교이름, 전공 등의 항목에 대해서는 대체할 만한 다른 기준이 아직 없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강경원 LG CNS는 지방 국립대의 경우 직무에 필요한 전공을 하였을 경우 서울소재의 대학과 별 차이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학력을 대체할 만한 객관적 기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학력은 여전히 채용의 주요 평가기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정주 최근 리크루트에서 인사담당자 3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의 인사담당자가 '채용시 학벌을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학벌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에 대해 '학벌이 좋은 사람이 문제 해결력이 뛰어나 업무성과를 잘 낼 것'이라는 응답과 '학연을 기반으로 외부네트워크 관리를 더 잘할 것'이라는 답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기업이 학벌을 객관적 실력 이상으로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상원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진 사람입니다. 명문대생의 경우 차가운 머리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뜨거운 가슴을 갖고 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따라서 두 가지 요건을 다 갖추기 위해서 학력이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진 이랜드는 지난해부터 '특별채용'이란 제도를 두고 학력이나 성별, 나이를 배제하고 특이인재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창의성이 중요한 직무일 경우 지원자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면 보편적인 채용기준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어학연수 채용에 도움안돼
이정주 리크루트가 대학생 1,272명을 대상으로 취업을 방해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4%가 '어학실력 부족'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어학연수가 취업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에 불과했습니다. 기업은 어학연수 여부, 어학실력을 어느 정도 중요시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원 어학연수 경험은 사실 채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기업에서 서류전형시 객관적인 어학점수로 평가합니다. 물론 증권업의 애널리스트는 한국말처럼 영어를 잘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관리업무나 고객관리 업무를 담당하려고 지원한 사람들은 서류전형에서 요구하는 영어점수 정도만 따두면 됩니다.
이진 이랜드 서류전형에서는 토익 900점이 떨어질 수도 있고, 400점이 합격할 수도 있습니다. 면접 때도 무조건 어학관련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소개서에 어학능력이 뛰어나다고 적은 지원자에 한해 어학관련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정일 구직자들은 취업준비 과정에서 어학점수 올리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인사담당자의 말을 종합하면 구직자들은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는 어학실력이 아니라 업무경험이 있는 인재라는 점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업무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어학준비에만 시간을 쏟을 경우 점점 구직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처럼 구직자와 기업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기업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시간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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